■ 자문 :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조광 교수(고려대 사학과)
다루어질 주제
①타종교에 대한 태도와 민간신앙과의 접촉
②가족 내 종교상황
③응답자의 사회인구학적ㆍ종교적 배경
④종교교육
⑤교회생활에의 참여
⑥공동체 의식과 공동체 생활
⑦선교
⑧교계제도와 교회내 의사소통문제
⑨교회의 사회참여
⑩한국교회 전망과 과제
1 전통 및 민간신앙과의 접촉경험
오늘날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 54.8%는 전통적인 유교식 제사를 지내고 있고, 33.2%는 시안(試案)으로 제시된 가톨릭교회의 상제례 예식에 따른 제사를 지내고 있고, 12.0%는 전혀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다(표-1 참조).
▲ <표-1> 봉제사 방식과 여부
▲ <표-2> 봉제사 여부 비교
이처럼 가톨릭 상제례 예식 시안은 제사를 지내는 신자의 비율을 크게 늘린 반면, 이와 동시에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 신자들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1987년의 69.4%에서 현재의 54.8%로).
이번 조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유교식 제사를 선호하고 있고, 젊은 층보다 오히려 50대 이상의 장ㆍ노인층이 교회식 제사에 대해 가장 수용적이며, 예상과는 달리 학력수준이 높아질수록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 신자가 많아지는 사실이 드러난 점 또한 매우 흥미롭다.
한편 <표-3>과 <표-4>에서 보듯이, 각종 민간신앙과 접촉해본 경험은 ① 토정비결(33.2%), ② 사주, 관상, 점(27.4%), ③ 택일, 작명(16.5%). ④ 궁합(13.5%), ⑤ 단전호흡이나 기공수련(12.1%), ⑥ 굿(2.4%)의 순서로 많았다. 토정비결과 사주ㆍ관상ㆍ점은 대략 10명중 3명꼴로 접촉해보았으나, 굿을 해본 신자는 거의 없는 것이다.
▲ <표-3> 민간신앙과의 접촉 경험
▲ <표-4> 민간신앙와의 접촉 경험 비교
민간신앙 접촉 늘어
한편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민간신앙에 대한 접촉 경험자가 상당히 늘었다. 특히 사주ㆍ관상ㆍ점과 접촉해본 신자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토정비결과 택일ㆍ작명과 접촉한 경험이 그 다음으로 증가했으며, 굿을 해 본 경험만은 과거와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굿에 대한 접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비신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사의 결과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사실은 이 같은 민간신앙들과 「여러 번」 접촉해본 신자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거나(토정비결, 택일ㆍ작명의 경우) 근소한 증가세를 보이는데 그친(사주ㆍ관상ㆍ점의 경우) 반면, 「한두 번」접촉해본 신자 비율의 증가가 민간신앙과의 접촉 경험의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각종 민간신앙과 「상습적으로」 접촉하는, 「강한 혼합주의적 성향」을 가진 신자들은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많은 신자들이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에서 별 죄의식 없이 민간신앙들과 접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는 폰서비스나 신문연재 등의 상품화된 형태로 접촉의 기회 자체가 엄청나게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 신자들의 의식 자체가 토착적인 것과 신비적인 것을 좇는 1990년대의 시류에 휩쓸려 가고 있는 데 연유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2. 타종교에 대한 관용성과 호의도
<표-5>에서 보듯이, 가톨릭 신자가 무종교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신앙을 상대방이 인정해 주고 보장해 준다면 상관없다」는 조건부 허용의 입장이 78.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종교가 문제될 필요는 없다」는 전적인 허용의 의견이 12.2%, 「신앙생활에 저해될 수 있으므로 절대 반대한다」는 전적인 거부의 의견이 7.2%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가톨릭 신자가 타종교의 신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서로가 상대방의 종교 생활을 보장해 준다면 상관없다」는 조건부 허용의 입장이 53.6%로 과반수를 점하고 있고, 「부부간에 종교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앞으로 태어날 자녀의 종교 결정에 문제가 있으므로 절대 반대한다」는 전적인 거부의 의견이 28.3%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고, 전적인 허용의 의견이 13.2%를 차지하고 있다.
▲ <표-5> 무종교 및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관한 태도
▲ <표-6> 무종교 및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관한 태도 비교
타종교인에 더 부정적
무종교인과의 결혼에 대해 전적인 혹은 조건부 허용의 입장을 가진 신자가 10명중 9명 이상이지만,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가진 신자는 10명 중 7명이 채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은 무종교인 보다는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대해 훨씬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에서 종교가 문제되지 않는다는「신념화된 개방주의자들」의 비율은 둘 다 비슷하다.
무종교인이나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는 과거에 비해 보다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변화되었음을 <표-6>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무종교인과의 결혼의 경우, 전적인 반대의 태도는 10년 전에 비해 크게 약화되었고(16.1→7.2%), 조건부허용의 태도는 크게 증가했으며(72.1→78.5%), 전적인 허용의 태도는 약간 증가했다(9.5→12.2%). 또 타종교인과의 결혼의 경우에도, 전적인 반대의 태도는 현저하게 약화되었고(43.7→28.3%), 조건부 허용의 태도는 크게 증가했으며(42.8→53.6%), 전적인 허용의 태도는 약간 증가했다(9.0→13.2%)
따라서 무종교인 및 타종교인과의 결혼 모두에 대해 관용적, 개방적 자세로의 대폭적인 변화라는 동일한 변화의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로 변화하는 속도와 폭이 훨씬 빠르고 과감하다고 할 수 있다.
<표-7>은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된 8개 종교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이 갖고 있는 호의도를 그 종교의 교리나 사상,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펼치고 있는 활동이나 역할을 구분하여 제시한 것이다.
▲ <표-7> 주요 종교에 대한 신자들의 호의도
우선 교리나 사상에 대한 종교별 호의도를 보면, 신자들은 모든 종교에 대해 호감보다는 혐오의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① 불교, ② 유교, ③ 개신교, ④ 원불교, ⑤ 천도교, ⑥ 이슬람교, ⑦ 대순진리회, ⑧ 통일교의 순서로 혐오의 정도가 덜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① 불교, ② 유교와 개신교, ③ 원불교, 천도교, 이슬람교, ④ 대순진리회, 통일교의 네 종교군에 따라 혐오의 정도면에서 중요한 차이가 나타난다.
다음으로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종교별 호의도에 대해 살펴보자.
두드러진 특징은 신자들이 각 종교들의 교리나 사상에 대해서 보다는 활동이나 역할에 대해 훨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불교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개신교의 경우에도 근소하나마 혐오보다는 호감 쪽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리나 사상에 대한 호의도면에서 유고에 뒤졌던 개신교는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호의도 측면에서는 유교를 앞지르고 있다.
그밖에 종교들의 경우 혐오가 앞서는데, ① 유교, ② 원불교, ③ 천도교, ④ 이슬람교, ⑤ 통일교, ⑥ 대순진리회의 순서로 혐오의 정도가 덜하게 나타나며, 교리나 사상에 대한 호의도 면에서 대순진리회에 뒤졌던 통일교가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호의도면에서는 대순진리회를 앞지르고 있으나, 그 차이는 거의 무시할 만하다.
교리나 사상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① 유교, ② 원불교, 천도교, 이슬람교, ③ 대순진리회, 통일교의 세 종교군 사이에는 혐오도면에서 중요한 질적 차이가 발견된다.
이번에는 이런 결과를 10년 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자(표-8참조).
1987년 조사에서는 원불교, 통일교, 대순진리회가 빠진 5개 종교만이 다루어졌다. 먼저 교리나 사상에 대한 호의도면에서는, 1987년 당시에도 신자들의 태도는 호감보다는 혐오 쪽에 가까웠으며, 혐오 정도의 종교별 순위도 이번 조사결과와 일치한다.
▲ <표-8> 주요 종교에 대한 호의도(87년)
「혐오」태도 크게 강화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10년 사이에 타종교에 대한 혐오의 태도가 크게 강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천도교와 유교에 대한 혐오 태도가 두드러지게 강화되었고, 다음으로는 이슬람과 개신교가 비슷하게 혐오 태도가 크게 강화되었다. 다만 불교에 대해서만은 이 같은 태도가 근소하게 강화되었을 뿐이다.
다음으로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호의도의 변화를 보면, 1987년 당시에도 교리나 사상에 대해서보다는 활동이나 역할에 대해 훨씬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불교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종교에 대해 전반적으로 혐오의 태도가 강화되었다는 점이 발견된다.
10년 전에 비해 개신교와 유교에 대한 호의적 태도가 약간 감소했으며, 이슬람교에 대한 혐오의 태도가 비교적 크게 강화되었고, 천도교에 대한 혐로정도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또 가톨릭 신자들은 1987년에도 불교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개신교의 경우에도 근소하나마 혐오보다는 호감 쪽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지만, 1998년에는 개신교에 대한 호의도가 근소하게 감소한 반면 불교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크게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문제는 한편으로 민간신앙과의 접촉경험 증가 그리고 무종교인 및 타종교인과의 결혼에 대한 수용적 태도의 강화 등에서 확인되는 「종교적 관용성의 증가」와, 다른 한편으로 타종교의 교리나 사상 그리고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혐오적 태도의 강화에서 확인되는 「종교적 관용성의 감소」라는,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명백한 모순이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모순은 신자들이 원칙적, 추상적 수준에서는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심지어 더욱 강화하면서도, 실제의 일상적인 삶에서는 타협적인 태도를 취하는, 말하자면 신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성을 내포하는 편의주의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지구화와 정보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타종교 신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더욱 빈번하고도 강력하게 생겨나고 타종교에 관한 정보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 신자들 역시 한편으로는 자신의 고유한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배타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화와 정보화가 지배하는 시대의 미덕으로 권장되는 개방성ㆍ관용성ㆍ다원성 등을 수용하는, 이중적인 선택의 갈림길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 사정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바로잡습니다
지난주(2097호) 12면 「신자의식조사」기사의 표-3과 표-4 예시항목가운데 「여러번」과 「전혀없음」의 색깔이 바뀌었습니다.(199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