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과 힘이 우리 모두에게 풍성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전례(典禮)를 거행하며 하느님의 구원신비를 묵상하고 그분께 깊은 흠숭과 찬미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례 가운데 특히 예수부활 대축일의 전례는 다른 때보다 훨씬 더 우리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신비를 잘 느끼게 해주며, 우리의 마음을 환희와 기쁨/감사로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부활성야 미사 때, 깜깜한 성당 안이 신자들의 손에 들린 촛불들이 발하는 영롱한 빛으로 가득 채워지고, 그 가운데 「부활찬송」이 낭랑히 울려 퍼지는 그 모습은 참으로 신비롭고 거룩하기만 합니다. 또 장엄한 오르간 전주와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불러지는 승리와 환희의 「대영광송」은 가히 모든 전례의 압권(壓券)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부활 대축일의 아침공기는 다른 날보다 유난히 더 싱그럽게만 느껴집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나를 위해 부활하셨다!」라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 때문에서일 것입니다.
그리고 부활의 이 감사와 기쁨은 우리를 더 큰 쇄신과 신앙의 성장에로 이끌어줍니다. 부활신앙은 그리스도 신앙의 근간(根幹)이며,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 그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특히 오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 말씀이 더욱 의미 있게 들립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지상의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천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십시오.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는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참 생명은…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비참한 처지의 한 노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착한 새 주인이 그를 자유인으로 풀어주었습니다. 더구나 큰 배에 재물을 가득 실어주었고 또 원하는 곳 어디든지 그곳에 정착해 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는 감사했고 부푼 꿈을 안고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는 항해 도중에 폭풍우를 만났습니다. 배는 침몰했고 그는 목숨만을 겨우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한 낯선 섬에 간신히 도착한 그는 잠시 주인을 원망했습니다. 주인이 자기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그곳 섬나라 사람들은 이 사람을 보자 곧 그를 자기들의 왕으로 모셨습니다. 그것은 「바다에서 표류해 온 사람을 무조건 1년간 왕으로 섬기고, 그 후에는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 섬으로 쫓아버리라」는 그들의 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왕이 된 그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어리석지 않았던 그는 자기가 지금 누리는 부귀영화에 집착하여 그것에 푹 빠져 살기보다는, 1년 후의 일을 생각하며 그 준비를 하는 데에 소홀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는 시간을 내어 자주 황무지섬을 찾아가, 그곳에 거처를 만들고 논밭을 일구고 여러 과일나무를 심고 꽃밭을 가꾸었습니다. 또 샘물도 팠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다시금 법에 따라 그 황무지 섬으로 가게 되었으나, 그곳은 이미 모든 것이 다 잘 준비가 된 상태인지라 그곳에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왕으로 살 때, 부귀영화에 미혹 당해 자신의 신분/처지를 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다 버리고 떠나야 할 그 섬의 물질적 풍요와 명예와 영광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이 노예를 자유인으로 풀어준 주인이 바로 하느님/예수님이십니다. 그가 왕으로 1년간 산 섬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입니다. 그가 미리 준비한 또 다른 섬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우리는 원죄로 인해 죄의 노예가 되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처지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구원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이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곳은 아닙니다. 이 세상은 잠시 거쳐 지나가는 곳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함께 「죄에 대해 죽고 새사람으로 부활한」 우리들은 천상 것들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합니다. 이 세상을 성실히 살되, 세상 물질과 명예/권력의 노예가 되어 결국 부활의 기쁨을 잃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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