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하느님은 정말 사랑이십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투병기간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을 전해 줄 때 항상 직접 썼던 말이다. 가장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를 돌아보면 참으로 답답했던 순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마지막 남긴 글처럼 그는 사랑의 하느님을 깊게 체험했었으나 사람들에게 다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적 기도와 노래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으며, ‘톤즈’에서의 실천적 삶에서도 하느님을 만났고, 투병 중에서도 하느님을 만났던 것 같다. 특히 사랑의 하느님을.
그는 사랑의 하느님을 자신의 투신과 나눔의 삶을 통해 더 깊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아프리카 형제자매들의 삶의 고통을 아쉬워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며, 작은 것이나마 그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좋은 사람들, 행복의 원천이 무엇인지 아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모든 인간을 철저하게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하늘나라 수학’을 배우기도 한다.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면 우리가 가진 것이 십분의 일로 줄어드는 속세의 수학과는 달리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었기에 그것이 ‘천’이나 ‘만’으로 부푼다는 하늘나라의 참된 수학, 끊임없는 나눔만이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행복정석을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는 의사요, 음악가이며, 선생의 삶을 살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선교사였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그는 항상 기억하고자 했다. 그는 진료시에도 환자와 1분 정도 눈을 마주쳤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넘어서 고귀한 영혼과 영혼이 교류하는 소중한 만남이었기에 그랬다. 그는 선교사로서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영혼을 하느님께로 인도해야 함을 잘 깨닫고 있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영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스쳐지나는 사람들의 영혼에도 무언가를 남기고 그 영혼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 말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가 만나는 것은 썩어 없어지는 육체가 아닌 영원히 남아 영생을 누릴 고귀한 영혼을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그런 전문가가 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리라. (중략…)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서 만나고 최선을 다해서 대화하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도 영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태석 저,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중)
사랑의 하느님은 인간의 삶과 떨어져 계시지 않고, 특히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와 섬기신다. 이태석 신부는 그 사랑의 하느님을 닮고 싶어 했고, 말씀을 전하기보다는 실천함으로써 그 사랑의 하느님을 전하고자 했다. 진정한 선교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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