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 위에 서 있습니다. 현대 순교자를 기리는 것은 103위, 124위 성인을 기리는 것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동 시대를 살다간 현대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준비하며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우리 한국 교회의 역사를 이어가고자 하는 중요한 움직임입니다.”
124위 시복시성 재판관 대리를 맡았던 이찬우 신부(인천 주안3동본당 주임)는 “현대순교자의 시복시성을 준비하는 것은 그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현대 순교자 시복시성’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보내고 있는 우리 교회의 남은 숙제임을 밝혔다.
“현대순교자들에 대한 자료는 103위나 124위 시복시성을 준비할 때에 비해 부족한 편입니다. 103위의 경우는 프랑스 선교사들이 남긴 자료가 있었고, 124위의 경우 효수를 당한 순교자들의 목록을 확보했었지요. 하지만 현대순교자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공산주의의 은밀한 박해는 현대순교자들에 관한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아무도 모르게 순교했던 것입니다.”
이 신부는 그렇기 때문에 현대순교자 시복시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분들의 순교에 대해 이야기해 줄 증인들이 살아있을 때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서로 기록된 자료가 미미하기 때문에, 증인들의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124위 시복시성 추진에 바로 이어 현대순교자 시복시성을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신부는 현대순교자 시복시성에는 확장된 ‘순교’의 의미가 적용될 것이라 전망했다.
“박해시대의 효수만이 순교가 아닙니다. 애국지사 안중근 의사의 죽음도 순교로 받아들일 수 있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이의 죽음도 순교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자신의 온 인생을 바쳐 신앙의 삶을 산다면 바로 그것이 순교자적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순교자 시복시성이 우리에게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 신부는 현대순교자의 삶을 조명하고 공경하며 그 정신을 승계해 우리 삶의 방향을 정의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모든 신자들이 현대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자료 수집에 나서거나, 직접 재판에 관여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정신을 승계하고, 그 정신대로 순교적 삶을 실천할 수는 있습니다.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준비하고 그들을 공경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우리 교회의 신앙을 지켜가는 작업입니다. 다음 세대에게도 이 정신을 승계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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