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향, 금낭화, 삼지구엽초, 천남성 등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야생화가 경기도 수원 팔달구 북수동성당 내 뽈리화랑에 만개했다. 사진작가 윤재학(베드로)씨가 수원성지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화를 촬영한 ‘야생화 전시회’ 덕분이다.
야생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작품들은 마치 실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게다가 화랑 인근 수원성지에서 사진 속 야생화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어서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기에 유익한 전시다.
뽈리화랑 상설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나경환 북수동본당 주임신부에 의해 기획됐다. 수원성지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나 신부는 3년 전부터 성지 마당에 야생화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제비꽃, 붉은 단풍취 등 840여 종의 야생화들이 수원성지 마당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모두 나 신부가 직접 오대산과 중부지방을 방문해서 구해온 꽃들이다.
야생화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남쪽에서 구해온 꽃들은 기후가 달라 죽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한번 자리를 잡으면 질긴 생명력으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야생화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꽃들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나 신부는 이런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남겨두고자 윤재학 씨에게 의뢰해 야생화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다.
나 신부가 수원성지를 야생화 정원으로 가꾸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순교자 78위와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성지에 ‘순교자의 나무’인 미루나무를 심기 위해서다. 천주교박해 당시 박해자들은 순교자들을 이곳의 미루나무에 매달아 처형하기도 했고, 참수당한 순교자들의 목을 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사라져 버린 미루나무를 다시 심어 순교자들을 기리려고 하는 뜻이 숨겨져 있다.
“미루나무는 매연과 오염이 많은 곳에서는 자라지 못해요. 야생화를 키우면서 미루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했어요.”
최근 나 신부는 야생화에 이어 잡초의 매력에 빠졌다. 야생화가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잡초 덕분에 성지에는 족제비가 살기 시작했고, 수원성지는 점차 하느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곳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신부는 “야생화는 성모 마리아, 잡초는 순교자”라며 “배운 것도, 볼품도 없는 서민들이지만 이곳에서 죽어간 순교자들이 잡초와 같은 질긴 생명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순교의 꽃을 피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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