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중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안중근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안중근 연구회의 창립은 한국사는 물론 한국천주교회사에 커다란 발자취로 남아 있는 의사 안중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작업을 위한 첫 걸음이라 생각된다. 민족과 교회 앞에 자랑스런 의인으로 우뚝 서 있는 안의사, 그의 서거 88주년이 되는 3월 26일 기점으로 창립된 안중근 연구회는 안의사의 철학과 사상, 학문과 신앙 등 그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연구의 중심처가 되어야 할 것이다.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이하 안중근)가 여순감옥에서 순국한지 88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일찍 기념하듯이 지난 2월 28일 한국교회사연구소 도서실에서 「안중근연구회」라는 연구단체의 창립총회가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등박문을 포살하고 5개월 만에 순국한 안중근의 애국정신을 기리고자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고, 또 남산에 기념관도 설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안중근연구회가 창립된 것이다.
현양사업보다 학문적 필요로 창립
안중근연구회의 발족은 현양사업을 목적으로 한 기존의 단체와는 달리 안중근과 그 관련 문제들을 학문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이루어졌다. 그간 안중근을 학문적으로 밝혀내고 평가하는 노력은 계속되어 왔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관련학계의 원로들이 지도하고 소장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안중근연구를 한 단계 높이자는 취지로 연구회를 창립하였던 것이다.
그 동안 안중근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전기류의 간행과 자료발굴에 집중되어 있었다. 최근 학계의 원로인 윤병석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1910년 국내에서 작자미상의 「근세역사」가 저술되고 1911년 하와이에서 홍종표의 「대동위인 안중근전」이 발간되었다고 한다. 박은식ㆍ김택영ㆍ계봉우ㆍ이건승 등과 중국인의 저술에 이르기까지 안중근의 전기는 국내와 중국, 만주와 러시아 등지에서 저술되어 읽히고 있었다.
중국인의 저술은 학문을 아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안중근 의거는 단순히 우리 민족에게 국한되어 승모된 것이 아니었다 해방 이후에도 안중근의 전기는 여러 형태로 발간되어 왔다. 일본에서도 10여종의 전기와 연구서가 발간되기까지 하였다.
안중근에 관한 자료의 발굴도 계속되어 왔다. 국제한국연구원과 안중근의사기념회, 국사편찬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의 기관과 최서면ㆍ김정명 등 개인이 일본과 중국 또 만주 등지에서 자료를 발굴하여 번역하거나 영인하였다. 소개된 자료의 분량 또는 적지 않다.
그렇지만 안중근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최석우 신부와 신용하, 윤경로, 조광, 노길명 교수 등의 연구가 있었고 최근 석사학위 논문들도 나왔지만 그 대개가 안중근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사상을 밝히는데 주력한 것이었다. 이러한 학자들의 노력으로 안중근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가능했지만 아직 출발점에서 많이 나아간 단계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문학ㆍ심리학 비롯 사회과학자 참여 기대
따라서 안중근연구회는 안중근에 관한 학술적인 연구와 그 지원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창립되었다. 물론 그 사상의 전파를 위한 관련 사업도 준비할 것인 관점을 통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조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 시기는 매년 10월 26일과 3월 26일을 전후해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본다.
교회의 인물로 국한시키지 말아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발군된 자료를 이용해 안중근에 관한 학술적인 전기를 저술하고자 한다. 이미 발간된 많은 전기들 역시 충분한 의의를 지니고 있지만, 상당수가 위인전류의 전기들이었다. 안중근연구회에서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기보다는 학술적인 형태의 전기를 준비하고자 한다. 즉 사료에 의거해 안중근의 참 모습을 이해하고 한국 근대사에서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를 기반으로 나아가 안중근의 세계사적인 위치 또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이 저술이 완성되면 앞으로 안중근 연구의 길잡이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1999년 10월 26일(의거 90주년), 또는 2000년 3월 26일(순국90주년)에 맞추어 발간을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학술활동과 함께 안중근연구회에서는 안중근 사상을 널리 홍보하는 강연회나 저술작업도 병행할 것이다. 단순히 연구자들만의 연구회가 아니라 연구 활동으로 얻어지는 내용을 대중화하는 작업을 도외시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 가지 제언할 것은 안중근을 꼭 천주교회와 관련된 인물로 국한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그분이 누구보다도 신앙에 열심이었고 철저했음은 모두 아는 일이다. 그러나 교회의 인물로 국한시키면 한국 근대사에서의 그의 모습이 작아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물론 천주교인으로서 안중근의 활동과 사상, 신앙, 그리고 천주교 신앙이 그에게 미친 중요성은 계속 연구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보다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에 가장 어려운 것이 재정적인 문제이다. 안중근 연구회의 뚜렷한 모습은 많은 유지분들이 함께 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비로소 드러날 것이다. 교우 여러분들의 기도와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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