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한 백혈병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가톨릭의대 김춘추 교수가 54세의 나이로 늦깎이 시인으로 정식 데뷔했다.
「현대시학」 3월호에 동지(冬至) 등 6편으로 추천받고 정식으로 등단한 것.
김교수는 지난해 20여 년간 조혈모세포 이식술 연구성과가 인정돼 한국 과학재단 「이달의 과학자상」을 받은 인물.
『꼬리 아홉 개 달린 불여시 같은/바람이, 아직도 슬픔이 덜 마른/저승의 목구멍을 파 꺼내들고/동네방네 귀신울음을 배달하고 있다』(동지 중에서)
『순백 환희의/엔도르핀 한 그루가/선모초(仙母草)를 배경으로 가을 하늘 가에 붕붕 떠 있다』(신부 중에서)
대개 서너 줄 많아야 십여 행의 짧게 응축된 김교수의 시들은 『정치한 감각과 상상력이 긴장과 탄력을 유지하면서 다른 작품들에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김교수의 문학과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을 꿈꿔왔지만 채 이루지 못해왔다. 70년대에는 재생불량성 빈혈로 고통 받던 김형영 시인을 10년간 치료해 완치시키면서 문인들과도 교분을 가져왔다. 마침내 김교수는 지난해 시집 「요셉병동」을 통해 시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김교수는 올해 가을쯤 65편 내외의 시들로 제2시집을 낸 후에 일단 「시심(詩心)」을 접어두기로 했다.
『병동에는 시들이 널려 있습니다. 시를 쓰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제 옆에 날아다니는 시같은 체험들을 충분히 제 몸 안에 받아들여 쌓아둔 후 절로 시어가 나올 때 또 시를 써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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