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말씀은 「간음죄로 고발된 여인을 용서하시는 예수님」에 대한 말씀입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이 여인에 대한 판결을 빌미로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합니다. 그 여자를 「살려주라!」고 하면 그것은 「간음한 사람은 돌로 쳐 죽이라」고 되어 있는 율법을 거스르는 것이 될 수 있고, 또 반대로 「죽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죄인을 용서하고 원수마저도 사랑하라」고 하셨던 당신의 말씀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인 동시에, 그 당시 로마의 식민지 상황에서 로마총독의 권한인 사형집행권을 월권한 죄로 고발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진퇴양난의 간교한 질문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는 아주 지혜로우면서 명쾌한 대답을 하십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둘씩 가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시며, 그가 회개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예수님의 자비가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먼저 우리가 그분께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예수님의 자비하심을 온전히 믿어 죄의 사슬에서 해방되어, 감사와 희망 중에 성실히 회개의 삶을 실천해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옛날 미국 개척시대 당시, 횡행하는 양(羊)도둑질이 커다란 사회문제 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법을 하나 제정했는데, 그것은 붙잡힌 양도둑의 이마에 영어로 ST, 즉 「sheep(양)」과 「thief(도둑)」의 앞자인 「s」와 「t」자의 낙인을 찍는다는 것이었습니다. ST자가 새겨진 쇠붙이를 불에 달구어 사람의 이마에 찍으니 그 고통이 어떠했겠습니까?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이마에 양도둑이라는 표를 하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그 정신적인 고통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한번은, 두 사람의 양도둑이 함께 붙잡혔습니다. 두 사람은 법대로 이마에 ST자를 새기는 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이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인생을 완전히 포기해 버렸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를 차갑고 멸시하는 눈으로 보는 것 같자, 그는 「이왕 버린 몸」이라 체념을 하곤 완전히 자포자기한 생활을 하여, 남에게 못할 짓만 하다가 폐인이 되어 비참히 죽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사람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이마에 찍힌 그 불명예를 지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는 마을의 궂은일을 기쁜 마음으로 도맡아 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우며 성실히 살았습니다. 그러자 차츰 마을사람 모두가 그를 신뢰하고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그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바뀌어 양도둑에게 ST라는 낙인을 찍는 벌이 없어진지도 오래였습니다. 마을의 어린 아이들은 이 어지신 할아버지가 왜 이마에 ST라는 글자를 찍고 다니시는지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머리래서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했는데, 그 결론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ST…. 아! 그건 saint(聖人)의 약자일 거야! 할아버지께서 워낙 훌륭한 분이셔서 성인이라는 글자를 이마에 새기신 걸거야!」. 죄를 지었으나 그것을 회개하고 거듭 태어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열심히 살아 결국 하느님과 이웃들로부터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를 단죄하지 않으시고, 죄를 용서해 주시며 앞으로 열심히 잘 살라고 격려해 주십니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복음)…. 「용서받은 과거 죄」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지난 일을 생각하지 말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말라」(제1독서). 그러므로 우리는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목표(하느님-예수님)를 향하여 달려갈 뿐」(제2독서)인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죄, 어떤 악에 사로잡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까? 인간은 「죄를 짓는 존재」, 하느님께서는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모두 ST신자, 성인신자가 되지 않으시렵니까?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