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부터 이번 겨울까지 모두 4번, 도합 1년을 꽉 채워 인도 캘커타 「사랑의 선교회」에서 고개를 가눌 힘조차 없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온 경험을 책으로 펴낸 조병준씨(39). 그는 이 짧은 한마디 고사성어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몸으로 느껴왔다.
90년 말 죽마고우(竹馬故友)를 넘어서 「연인」으로까지 불리우던 벗의 죽음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잡은 안정된 직장마저 마다하고 머나먼 인도로 떠나게 했다. 그토록 절친했던 친구를 한 순간에 잃은 그는 죽고 사는 것의 허무함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인도로 혼자 나선 그가 캘커타에 들른 것은 그곳이 인도 여행의 중간 기착지였기 때문. 별 다른 생각 없이 「사랑의 선교회」 본부에 들렀으나 단지 관광객이었을 따름이다.
3년 후 다시 들른 인도. 열흘간의 자원 봉사를 결심했다. 첫 여행 때 느낀 분노는 여전했고 처음 며칠간은 맥주를 마시지 않고서는 잠을 들 수 없었다. 열흘이 2주, 2주가 석 달이 됐다. 귀국을 결심하고 일단 런던에서 3개월을 포함해 유럽에서 5개월을 보냈다.
하지만 내내 캘커타가 눈에 어른거렸고 결국 서울행 비행기 표를 팔아 다시 캘커타로 돌아갔다. 그리고 6개월을 더 살았다. 말라리아만 아니었다면 언제까지 그곳에서 살았을지 모른다. 집에 돌아온 그는 또 다시 캘커타를 꿈꿨다. 그래서 이번 겨울 다시 떠나 2달 반을 다시 살고 지난 1월 돌아왔다.
처음에는 인생의 혹독함에 「왜 착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가」하며 세상의 불공평함에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그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조씨는 나름대로 그 해답을 찾은 듯하다.
『캘커타는 학교 같아요. 고통의 의미를 배우는 사랑의 선교회에서 자원 봉사하는 친구들이 자신이 해줄 수 없는 것에서 조차 고통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사랑과 자비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아직 정식으로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수난, 카리스마 같은 교회 용어도 제대로 이해하고 신부, 수녀와도 공감을 갖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
「예수를 따르는것」에 대해 그는 남다른 이해를 갖고 있다. 『예수가 항상 약자의 편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서는 항상 약자를 따라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영세는 안했지만 저도 반은 신자지요. 캘커타에서는 종교나 신념이 달라도 누구나 가난한 사람의 상처를 닦는데 추호도 갈등하지 않습니다.』
이제 40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직도 틈만 나면 캘커타를 꿈꾸는 그를 두고 부모님은 걱정을 넘어 심한 역정까지 내신다. 어머니는 『이제 네 엄마에게도 봉사 좀 해봐라』며 꾸짖으신다.
캘커타와 친구들 이야기를 반으로 나눠 「그린비」와 「박가서ㆍ장」이라는 두 출판사에서 펴낸 책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의 인세 12%는 여섯으로 나눠 캘커타, 인천과 안산의 「사랑의 선교회」, 외국인 노동자, 북한 동포, 고아원, 그리고 자신이 나눠 갖기로 했다. 그 동안 불효에 대한 조금의 갚음으로 자신의 몫은 모두 어머니에게 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또 떠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드리지는 못한다. 인도에서 만난 한 독일인 친구가 그랬듯 그곳에서의 생활이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고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그들도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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