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십자가상의 죽음을 준비하시며 타볼산에 올라가 기도를 하십니다. 그런데 이때 「예수님의 모습이 변하여 얼굴의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시게」되었고, 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함께 그분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성변용(聖變容)과 모세ㆍ엘리야의 등장은 우리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사건을 쉽게 연상케 해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해낸 모세처럼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신 부활」로써 이 세상을 죄와 죽음에서 건져주셨고, 또 불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엘리야처럼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런 승천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꿈만 같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얼떨결에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초막셋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또 다른 하나는 엘리아에게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이런 바람은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며 예수님을 따라 산에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예수님과 모세ㆍ엘리야와 함께 하는 산 위에서의 삶, 천국과도 같은 삶을 갈망했지만 아직 때가 안되었다고 또 이루어야 할 것들이 있었기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 산 밑의 세상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던 것입니다. 산 아래에서의 삶은 산 위에서의 그것처럼 그리 신비롭고 거룩하지가 못할 것입니다. 평화와 기쁨ㆍ환희보다는 고통과 갈등ㆍ슬픔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마저도 그 산 위에 머물지를 않으시고 산 밑으로 내려오셔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던 것은, 온전히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셨고 또 산 밑의 현실을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시기 위함이셨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한 외딴 곳에서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치다가, 마침 물이 말라있는 빈우물이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호랑이의 발이 닿지 않을 곳까지 정신없이 기어 내려가서 한숨을 돌리며 밑을 보니, 거기에는 커다란 뱀이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습니다. 위로 올라갈 수도 밑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우물 속벽을 뚫고 나와 있는 나무뿌리를 붙잡고 몸을 지탱하며 호랑이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팔의 힘은 점점 빠져가는데 호랑이는 도무지 돌아갈 생각을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엎친데 겹친 격으로, 어디선가 쥐들이 나와서는 남의 속도 모르는 듯 이 사람의 목숨 줄인 그 뿌리를 마구 갉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그 사람은, 옆에 달려 있는 벌집에서 꿀을 찍어먹으며 순간 그 맛을 즐겼다고 합니다』
우리 현실을 잘 표현해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 세상을 온전한 평화와 민족 중에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같고, 도리어 「인생고해(人生苦海)」라는 말을 더 실감하며 사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앞을 가로막고, 그 산을 넘었는가 싶으면 또 다시 그 앞에 강이 놓이곤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갖고」살며, 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무언가를 즐기면서」 이 세상에서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이 「산 아래의 현실」, 결코 만만치 않은 이 세상을 맑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제시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말」이 무엇인지를 밝혀주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매일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고, 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당신을 믿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며 부활ㆍ영생을 믿으며 희망하는 삶! 이것이 산 아래 현실을 사는 우리 삶의 양식(樣式)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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