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1. 해마다 사순시기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신』(루가4,1) 그리스도의 신비를 되새겨 줍니다.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올해, 교회는 성령의 신비를 묵상합니다. 따라서 올해 사순시기는 우리 삶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성령 안에서 회개하는 여정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사막의 여정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체험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시간입니다.
온갖 형태의 가난
2. 올해 저는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말씀을 모든 신자들에게 묵상주제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오너라,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아. 내가 가난하고 버림받았을 때에 너희는 나를 따듯하게 맞이하였다』(마태25, 34-36 참조). 가난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충분한 물질수단의 결핍입니다. 우리의 많은 형제들을 비참한 지경으로 몰아넣는 이러한 빈곤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이와 똑같이 심각한 형태의 가난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수단의 결핍이 아니라 영적인 양식의 결여, 본질문제에 대한 응답의 결여, 삶에 대한 희망의 부재입니다.
교회는 온갖 형태의 가난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형제들을 도와야 할 자신의 임무를 깨우치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가난한 이들에 관심
3. 성서는 우리에게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촉구합니다. 하느님께서 바로 그들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사람들을 당신자신과 똑같이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몸소 가난해지시어 가난하게 사는 사람과 참으로 하나가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진실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맞아들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참된 사랑의 표시였습니다.
영적인 가난
4.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마음을 연다는 것을 그를 참으로 따뜻하게 맞아들인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오로지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영적인 가난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새로운 마음이 열매를 맺게 합니다. 사순시기에 그러한 열매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하여 무르익어야 합니다. 그것은 곧 봉사의 정신, 아픈 사람의 선익 구하는 열린 마음, 기꺼이 형제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 이웃과 멀어지게 하는 자만심을 버리는 노력 등입니다.
저는 이번 사순시절에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권고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랑의 표시를 통하여 자신의 회개를 드러내 보이십시오.
가난한 이에 희망을
5. 그리스도와 함께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할 때 교회는 악과 고통, 죄와 죽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희망에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줍니다. 교회는 이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하여 물질적인 도움도 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회는 예수님에게서 나오는 희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포합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1998년 다시 한 번 이들에게 희망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이 사순시기 담화는 수많은 이들의 가난을 똑바로 바라보라는 권유입니다.
이번 1998년 사순시기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의 아들과 함께 가난을 체험하고 그분의 사랑의 도구가 되어 가난한 형제들에게 봉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바티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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