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31).
음성 꽃동네에서 5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한 여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다. 충북예술고등학교(교장=이희영) 2학년 홍선미(마리아ㆍ18ㆍ청주 사직1동본당)양. 그는 이 성경구절처럼 주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해맑은 소녀다. 아직 앳된 티가 물씬 나는 선미지만 다른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하고 베풀 줄 아는 「천사표」학생이다.
중1때 본당 중고등부 봉사활동을 나가 처음 꽃동네를 알게 된 선미는 거기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잊지 못해, 그 후론 혼자서 꽃동네를 찾게 됐다고 한다. 선미는 방학 뿐 아니라 틈나는 대로 이곳을 찾는다.
『그냥 꽃동네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어요. 이젠 정이 많이 들어 정말 한 식구 이상이예요. 주님께서 이런 때 묻지 않은 곳을 저한테 알려주셔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선미는 임종을 앞두거나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인곡자애병원」과 기형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신생아와 아동들이 기거하는「천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새벽 6시경 일어나 중환자 대소변 받아내는 일부터 시작해 방청소, 설거지, 애기들 목욕, 기저귀 갈아주기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면 힘들다는 생가보단 즐거워서 힘이 막 솟아납니다. 제가 그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그들과 조금만 가깝게 지내보면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분들인지 알게 될 겁니다』
선미는 작년 겨울 방학 때 알게 된 생후 10개월 된 요셉이를 무척 좋아한다. 요셉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발육부진아. 지난번 요셉이가 유난히 몸이 아파 산소 호흡기를 착용했을 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는 선미는 주님께 애기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고 한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요즘 요셉이는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선미는 봉사활동 뿐 아니라 학교생활도 열심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할머니」. 친구들 사이에 잘못된 것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그의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 반친구들은 그를 처음보고 자기들과는 다른 별종처럼 생각했다고. 그 또래의 관심분야가 될 수 있는 연예인들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선미가 친구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쳐졌다. 하지만 친구들은 차츰 선미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를 따르게 됐다. 요즘은 가끔 그를 따라 꽃동네 봉사활동도 가곤 한다고.
이번에 고3이 되는 선미의 꿈은 화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거기에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새하얀 도화지에 마음껏 그리는 것이 소망이다. 선미의 이런 갸륵한 정성에 학교 측에서도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고1때는 담임선생의 배려로 초빙강사의 수업을 무료로 들었고, 현재 학교 측은 선미에게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어머니는 도배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선미네 가족.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선미를 보면 선미네 부모들은 그저 고맙기만 하다.
선미는 벌써 방학이 기다려진다. 요셉이와 꽃동네 가족들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하기 힘든 봉사활동을 어린 나이에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선미. 그는 사랑과 정서가 메말라 가고 있는 이 사회에 밝은 빛을 비추고 있는 작은 천사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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