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사랑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 그리고 무언가 되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끌리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는 반면, 자기를 오해/시기하고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쉽게 열려지지 않고 그를 무시하고 미워하거나 복수하려는 마음을 품곤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여기는 이 같은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적극적인 것으로 바꾸라고 촉구하십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제1독서의 다윗은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를 시기하고 죽이려고 하는 사울에게 악의를 품지 않고 친교를 호소합니다. 사임을 죽임으로써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다윗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사울에 대한 연민 때문에 그에게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다윗의 이 의로운 행동에 찬사를 보내며 부러워하면서, 한편 인간관계 안에서 쉽게 오해/분노/미워하고 적의를 품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인간관계 안에서 어려움이 느껴질 때 우리는 「세상이 내 맘같지 않아서…」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이 말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이 모두 내 마음과 같다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세상살이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일치하는 분위기로 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별로 그렇지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하나의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라!」.
곧 「세상이 내 맘같지 않아서…」하며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내 마음을 먼저 그의 마음에 먼저 그의 마음에 맞춰주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그는 평화롭고 기쁘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한다면 결국 나를 포함하여 세상사람 모두는 이 평화와 기쁨의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 「모든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내 마음 안에 선함과 의로움 그리고 못남, 못됨,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압니다. 그리고 대개 우리는,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에 대해서는 쉽게 합리화를 하고 너그러운 반면, 타인의 그것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판단하고 엄하게 단죄를 하곤 합니다. 나를 위해서는 사랑과 자비를 적용시키며 이해를 구하고, 남을 향해서는 법과 정의를 부르짖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내가 부정하고 배척하는 「너」라는 존재는 또 다른 「나」입니다…. 그러기에 용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용서(容恕)는 서(恕)를 수용(容)하는 것, 네 마음이나 내 마음(心)이나 다 똑같다는 것(如)을 수용(容)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은데 상대가 전혀 그 진실을 받아주지를 않을 것」같은 것이 이 세상일 수 있기에, 예수님께서는 이에 또 하나의 진리를 가르쳐 주십니다.「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시니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엄청난 용서와 사랑을 받은 「나」이기에, 우리 삶에 그 어떤 이유나 조건을 단다는 것은 가당치가 않다는 말씀입니다.
1만 달란트(약1조8천억 원)라는 큰돈을 빚탕감 받고도, 그것의 60만분의 1에 불과한 1백데나리온(약3백만 원) 빚진 동료에게 모질게 굶으로써 결국은 그 큰 복을 잃고 말았던「무자비한 종」이(마태오 18,23이하) 범했던 그 욕심,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아직 온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꼽아보았습니다. 부끄럽게도 다섯 손가락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애써 싫은 내색을 안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 우연히 만났습니다. 애써 「오랜만입니다」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 지나는 길에 큰맘 먹고 방문을 하였습니다.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내 못난 부분이 깨져나가는 기미가 보이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분의 도우심에 힘입어, 언젠가는 「양심의 짐」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셀 손가락이 전혀 필요 없을 때가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모두에게 더 많은 겸손과 용기, 회개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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