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무리하며 생각나는 말은 오직 감사하다는 그 한마디뿐입니다.”
6월 15일부로 수원가톨릭대학교(이하 수원가대) 총장(제8대)에서 물러난 방상만 신부는 지난 4년간의 총장시절을 회고하며 ‘감사’라는 말의 의미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사제이자 신학자, 교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준 주님은 물론 동료 사제, 신학생과 신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여실히 담겨있다. 사제 한 명 한 명을 양성하는 일은 혼자만의 능력으론 할 수 없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뜻을 담아 이임식도 생략했다. 조용히 떠나는 게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돌이켜보니 4년은 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또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난 임기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저도 떠올리게 되네요.”
방 신부는 임기 동안 도서관 신축과 개교 25주년 행사, 갓등 2020 비전 선언 등 사반세기 수원가톨릭대학교의 새 획을 긋는 굵직한 일들을 주도적으로 전개해 왔다. 땀을 쏟은 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도 크다.
“25주년을 보내며 동료 신부님들과 내실 있는 한 해를 만들자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제 우리 수원가대는 25살, 젊은 청년기를 보내며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반을 통해 자리매김을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 신부는 사제 생활 25년 중 절반 이상인 16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면서 신학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공고히 했다.
“교회가 성장하고 신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신학교는 인성, 지성, 영성을 겸비한 사목자를 길러내는 곳으로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제 양성은 특정인의 역할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감을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제들은 신자들의 기도를 먹고 살기에 신학교의 발전과 신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여러분의 기도와 관심이 요청됩니다.”
수원가대는 사제 양성뿐만 아니라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자들과 직접 호흡하며 신앙생활을 함께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 방 신부 역시 그러한 생각에 동참, 평신도 지도자 양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제 양성과 평신도 양성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서로가 없다면 각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에 신학교는 부지 매입과 함께 평생교육원을 신축하기 위한 지속적인 준비를 해왔습니다.”
방 신부는 후임 이용화 신부에게 산적한 과제를 두고 떠나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이 신부님도 잘 알고 계시지만, 25년 세월 속에 전임자들이 해왔던 것처럼 신학교의 위상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같은 후임자들의 몫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우리 공동체가 서로 일치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더욱 애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동료 사제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성실함과 열정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듯, 학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신부들도 그러하다면 신학교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안식년에 들어가는 방 신부는 따로 계획을 잡아 바쁘게 지내기보다 쉼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면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날의 계획을 세워보려 합니다. 안식년은 제 영육 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