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막달레나는 화가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성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긴 금발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섹시한 여인으로 그려졌다. 화가들이 마리아 막달레나를 이처럼 여성성을 강조한 모습으로 그린 데에는 그녀를 매춘부 혹은 간음하다 걸린 여인과 동일시했기 때문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세속적으로 전해진 이야기일 뿐 실상 성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찾아볼 수는 없다.
성경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이름이 등장한 곳은 루카복음이다(루카 8,2). 그런데 성경의 이 구절 바로 앞에는 죄 많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님이 바리사이 사람 시몬 집에서 식사를 하시던 중에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가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루카 7,38)”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이 일화는 신약성경의 4대 복음 저자가 모두 소개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루카는 그녀가 죄인이었다고 말하고 있고, 요한은 그녀를 마르타의 자매 마리아로 소개하고 있다. 복음서의 이 구절을 묵상해 보면 감동적이다.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으면 그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실 수 있었을까. 자신의 긴 머리카락으로 눈물에 젖은 발을 닦아 드리고 나서 귀한 향유를 주님의 발에 발라 드린 이 여인은 진정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다. 죄가 깊지 않았으면 눈물도 많이 흘리지 않았을 것이기에 죄의 깊음은 용서의 깊이와 비례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예수님께서는 그녀의 죄를 깨끗이 용서해 주셨다. 이 복음은 형식의 옳음을 앞세우는 사람보다는 마음 깊이 회개하는 죄인이 죄의 사함을 받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말씀이라 생각된다. 이후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님을 늘 가까이서 모셨으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때에도 성모님과 함께 주님 곁을 지켰다.
명화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상징이 향유병이 된 것과 화가들이 그녀를 창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여인으로 그린 것은 루카복음의 이 부분에 근거하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성경적 근거를 바탕으로 마리아 막달레나는 화가들과 대중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특히 르네상스 때부터 화가들의 사실묘사 능력이 뛰어나게 되면서 아름다운 여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욕망이 커졌고, 종교의 세속화에 따라 성녀조차 아름답게 그렸던 당시 풍토와 맞아떨어지면서 마리아 막달레나 주제는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16세기 후반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인 베로네세가 그린 ‘시몬 집에서의 만찬’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식탁 주변은 화면이 꽉 찰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다. 여기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의 한 쪽 발을 들고 한 손에 향유를 막 묻히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그림에서도 마리아 막달레나는 당시의 전통대로 금발의 젊은 여인으로 그려졌으며, 가슴이 파여진 옷은 죄인이라는 그녀의 전직을 암시하고 있다. 접힌 자국이 선명한 하얀 식탁보 아래로 개 한 마리가 나오고 있는 모습은 성경과는 직결되지 않지만 성화를 일상의 한 장면으로 그리고자 했던 당시 베네치아 화가들의 특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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