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경찰병원. 조남환(베드로·70)씨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걸음을 내딛으려 애썼지만 마비가 진행되고 있는 다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거친 숨소리로 3분간 지속했던 그는 “수술 후유증으로 다시 걷지 못할까봐 너무 두렵다”며 결국 휠체어에 주저앉고 말았다.
조씨는 척추주변의 신경을 압박해 치료가 시급한 퇴행성 척추질환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다. 지난 1월 수술을 받았지만 더 악화돼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걷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재활훈련을 계속 받고 있지만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돈이 없어 재수술을 받지 못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조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아내와 2남 1녀를 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중소기업에 다니며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행복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가족의 반대에도 사업을 감행했던 장남이 전 재산인 집을 날린 것이 화근이었다. 아들의 짐을 고스란히 떠안은 조씨는 현재 갚아야 할 빚만 5억 원이 넘는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정부로부터 월 60만 원을 받는 조씨에게 이제 허리 재수술은 먼 꿈이 돼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씨는 요즘 스트레스성 모낭염까지 앓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아픈 것은 아내에게 희망을 전해주지 못해서다. 한평생 고생하면서도 곁을 떠나지 않았던 아내였다. 아내의 그늘진 얼굴을 볼 때면 매번 조씨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빚과 마음의 짐, 허리 통증, 스트레스 등 조씨는 희망이라곤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요즘 희망이 생겼다. 평생 종교라곤 무관심했던 그가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원목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감동을 받아 지난 5월 16일 세례를 받았다.
허리통증을 참아가며 50분 간 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가 손목에 있던 묵주 팔찌를 손에 움켜쥐었다. “재수술비 500만 원만 있으면 분명 다시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다시 행복을 찾고 싶거든요. 아내를 위해 다시 일어설 겁니다.”
그가 옆에 있던 지지대에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희망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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