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모르시겠어요. 매번 제가 식사 잘 하시도록 도와드리잖아요. 잘 보세요.” “음… 몰러. 누구여? 너 누구여?”
6월 8일 마장동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 문경수) 데이케어센터 치매어르신들의 점심식사 시간. 치매 어르신들과 봉사자들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식사를 다 마친 한 치매어르신들은 “내 밥 어디 갔어”, “니가 내 밥 훔쳐갔지”라고 말하며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 정말 예쁘시네요”라며 치매 어르신에게 다가간 이들이 있었다. 곁에서 묵묵히 어르신들의 식사를 돕고 있던 이혜선(75), 정명분(73), 이명자(68)씨였다. 치매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고 대화를 몇 마디 나누자 치매어르신은 금세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치매어르신들은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어르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데이케어센터에서 매주 2~3회 치매어르신들의 식사 도움, 작업 치료 보조 등을 맡고 있는 ‘실버치매케어 봉사단(이하 봉사단)’. 사회복지사들을 도와 어르신들의 생활과 정서적인 측면을 돌봐주고 있는 ‘사랑의 치료사’들이다.
생떼를 부리고, 가끔 이유 없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항상 행복함이 묻어난다. 치매어르신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힘에 부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확고한 소명의식과 서로의 도움으로 어려움도 금세 딛고 일어나곤 한다. 봉사단장 이해선씨는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특히 가족 등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 절실하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각각 달랐지만 어르신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꼭 닮은 봉사단의 삼총사. 이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했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다 보니 사소한데 행복을 느껴요. 치매는 질병입니다. 주위사람들의 관심, 특히 가족들의 사랑으로 치매는 예방될 수 있어요. 진행을 더디게 할 수도 있죠.”
봉사단을 통해 식당 봉사 등 더 많은 봉사 활동을 하게 됐다는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마음이 충만해진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치매어르신들과 사랑을 나누며 더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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