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 가운데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땅위, 땅속에서 연이어 엄청난 대형 사고들이 일어나고, 더욱이 그것들이 부정부패나 인간의 욕심, 안전 불감증 등에서 비롯된 재난들이라고 했을 때 국민들은 「나라님의 어투」를 흉내 내어 「우째 이런 일이…」하면서 분노에 가까운 탄식들을 했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반인륜/반생명적 행태에 대해서도 「우째 이런 일이…」하며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IMF 구제금융시대인 요즈음, 이 말이 더욱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사무쳐 울리는 것 같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끝에 있는 「…」표가 「?!」표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밤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하십니다. 베드로는 이 말씀에 순종했고, 그 결과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잡게 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초월적 현존 앞에 두려움을 느낀 베드로는 예수님께, 죄인인 자기에게서 떠나가 주시기를 청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도리어 그를 당신의 첫제자, 사람 낚는 어부로 삼아버리십니다… 베드로가 느꼈던 「예수님께 대한 두려움」은 아마,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놀람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고기가 잡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지만,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치니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어떻게 이런 일이?!」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일이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하며 허탈해 하고 있는 우리가, 「어쩌면 이렇게 좋은 일이?!」하며 크게 기뻐할 수 있는 날이 빨리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먼저 겸손과 회개, 믿음의 삶이 요구됩니다… 모든 국민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간 우리는 그리 겸손치가 못했습니다. 조금 살만하게 되었다고 거드름을 피우고 허례허식 과소비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전쟁과 기아, 억압 등으로 고통 받는 이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나 「나 몰라라!」하며 이기적으로 산 것도 사실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더러운 입을 가진 내가 야훼를 뵙게 되다니 나는 이제 죽었다!」하며 두려워할 때 천사가 그의 입에 뜨거운 돌을 대주어 그를 정화시켜 주었듯이(제1독서), 우리 모두에게도 이 정화의 회개가 필요합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의 현존 앞에서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하였듯이 우리들에게도 이런 회심의 고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특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이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지혜/용기와 「반드시 이 시련을 극복하여 승리하리라」는 희망과 믿음을 공고히 할 때입니다.
조선시대 명의인 허준이 아직 유명해지기 전, 하루는 어떤 사람이 찾아와 「집에 사람이 갑자기 죽어간다」며 무조건 빨리 약을 지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환자의 증세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 당황해 하고 있는 그에게, 관객으로 집에 머물고 있던 한 노인께서 「곽향정기산 세 첩!」하시더랍니다. 곽향정기산이 사람의 기(氣)를 고르게 해주는 약이기에 별 부작용은 없겠지만 그래도 환자의 병세가 어떤지도 모르면서 지어주는 것이라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범상치 않은 노인의 모습에 끌려 그 약을 지어주었습니다. 그 약을 먹은 환자는 쾌유를 했고, 이 일을 통해 허준은 「약(藥)과 함께 그것을 믿는 환자의 마음이 병을 낫게 한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밤새 애썼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던」베드로처럼, 인간의 지혜와 노력만으로 세상일이 다 되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를 믿고 그분께 순종해야 합니다.
IMF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오늘 특효처방을 내려주시며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인내와 정의실천, 일치와 단결, 사랑과 나눔의 바다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십니다. 믿음으로 하느님께 순종하고 신앙적/경제적으로 회개할 때, 우리는 참된 평화와 자유 그리고 더 큰 복락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우째 이런 일이…」가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좋은 일이?!」하며 환히 웃을 날이 쉬이 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대전교구 홍보국장 방윤석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 성베네딕도회 서웅범(베르나르도, 예수성심시녀회 포항 모원 지도)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