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집에서는 좀 더 따뜻하고 희망 있는 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교와 조탁(彫琢)으로 「만들어지는 시」보다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온몸으로 체현됨으로써 저절로 쓰여지는 시를 원한다고 할 때 아마도 다음 시집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생경하고 다소 사납기까지 한 시로 화제가 됐던 박서원(아녜스·37)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이 완벽한 세계」(세계사)를 펴냈다. 이번 시집온 두 번째 시집「난간 위의 고양이」 이후 쓴 시집들에서 나타났던 인생의 고통과 참혹함을 지나서 또 다른 세계를 향해 가는 도정. 인생의 심연에서 느낀 무의식의 세계에서 「영성」의 세계로 가는 한발 한발 버겁고 힘겨운 발걸음을 담고 있다. 그 발걸음이 향한 종착점은 「구원」에 다름 아니다.
『신, 하느님을 부르지 않지만 제 시집 속에는 예수그리스도를 향한 끊임없는 지향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 세례를 받은 다음부터 시인은 나름대로 치열한 신앙과 시작(詩作)을 해왔다. 시쓰기를 마치 인생을 살아내듯 하며 자기 삶에서 한 치, 한 틈이라도 유리된 시는 쓰지 않겠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는 것이 긍지라면 긍지이다. 그래서 시 한편을 수개월씩 쓰고 다시 쓰고 하는 되풀이가 기껍다.
시인은 평탄치 않는 성장기를 거쳤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죽고 소녀가장으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남들보다 일곱 배는 예민한 탓에 겪은 신경증으로 몇 번씩 가사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30여년의 세월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들이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그러한 삶의 고통을 「영성」의 삶을 향하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영세 후 8년간의 냉담기를 거쳐 다시 신앙을 회복, 그 이듬해 교리신학원을 다니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매일 기도 생활을 하면서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면서 그는 비로소 고통을 지나서 영혼이 고양된 새로운 세계의 희망을 발견한다.
『한때 죽음을 유토피아로 생각할 만큼 세상을 용서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겼지만 이제 세상과의 화해가 가능한 「영성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시를 삶으로 삼고 삶 속에서 시가 우러나오는 그런 일상을 갖고 싶습니다』
네 번째 시집온 그래서 언제나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시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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