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이미 하고 있었다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 건축 사진의 개척자이자 최고봉인 임정의(엘리지오ㆍ54)씨의 말이다.
지난해 광주 비엔날레에서「서울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공간전을 개최, 다시 한 번 국내외적으로 그의 진가를 인정받은 임정의씨. 그의 공간전에 매료된 국내 언론과 NHK 등 해외 방송매체에서 호평을 아끼지 않았고, 독일 베를린에서 전시회를 갖자고 끈질긴 요청을 해오고 있다.
그가 「한국 건축사진」이란 새 장르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년전인 1978년. 코리아 타임즈, 공간사 등 오랫동안 언론 출판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잡가」가 아닌 「작가」로 거듭나고자 사진부장직을 박차고 충무로에 뛰어들었다.
「잡가」가 아닌 「작가」로서 진정한 프로로 남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그로 하여금 누구도 관심두지 않던 건축 사진을 테마로 잡게 했다.
건축사진에 이해가 없었기에 그의 스튜디오를 찾는 발걸음은 당연히 뜸했다. 기자 월급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벌이에 주변의 놀림은 심해졌다. 추위와 허기를 이기기 위해 자장면과 고량주 한 병으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궁핍할수록 그는 고궁을 찾고 거리에 나서 한국의 고ㆍ근ㆍ현대 건축물들을 앵글에 담았다.
『마치 비포장도로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외로운 투쟁이었습니다. 3~4차례 포기하려고 했지요』
어려울수록 오기로 자신을 버티어 왔던 그는 20년이란 긴 인고의 세월을 거친 후 거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건축사진은 「빛」과 「공간」의 조화가 핵심이다. 임정의씨는 사진을 찍기에 앞서 언저 그 축물에 관해 공부해 어떤 공간인지를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사진은 건물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어울리는 동선의 흐름을 파악해 삶의 공간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건축 양식을 소개하기 위해 10여 권의 저술을 집필했다. 『한국 건축 양식을 꿰려면 임정의를 찾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일본에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대학에서 후학들에게 사진술에 앞서 프로로서 자신의 장르를 개척할 것을 먼저 가르치고 있는 임정의씨.
어려울 때일수록 새로운 것을 찾는 그는 최근 책과 컴퓨터에 손을 댔다. 곧 건축과 교수들과 함께 「우리의 옛집 이야기」란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진 자료를 열심히 올리고 있다.
「아직까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한국 건축문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을 책과 인터넷을 봉해 시작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작가는 자라는 젊은이들에게 무언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마당을 펼쳐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연습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는 임정의씨는 1998년을 한국 건축 사진의 원년으로 다시 시작한다며 원대한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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