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서와 전례기도 내용들을 잘 살펴보면 「말씀」 또는 『법』이란 용어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씀과 법은 힘이 있고 해방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1독서를 보면 「에즈라」라는 예언자가 백성들을 모아놓고 율법을 한귀절 한귀절 읽어준다. 백성들은 이 말씀들을 듣고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고 기록 되어 있다. 응송도 『당신의 말씀은 영이요, 생명이오이다』라고 응답하고 있고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를 도와준다』, 『주님의 계명은 올바르니 마음을 즐겁게 한다, 주님의 법은 환하시니 눈을 밝혀 준다』고 도 말씀하고 있다. 복음에서는 예수님 말씀을 왜 기록하게 되었는지를 루까가 밝히고 있다. 예수님께서도 회당에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신다 그 내용은 해방과 자유를 주는 복음 말씀에 관한 것이었다. 이 말씀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오늘 강론 주제를 「활동하시는 말씀」으로 정해보았다.
하느님의 말씀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하느님의 말씀은 세상을 창조할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태초에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매 빛이 생겨났다」고 기록되어 있고 그 밖의 세상 모든 것이 다 말씀으로 생겨났음을 증언하고 있다 또 출애굽 때에는 에집트왕 파라오 앞에서 모세를 통해 한마디 말씀으로 열 가지 무서운 재앙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우리에게도 사실 아주 큰 힘으로 작용하고 계신다. 15억 7천 2백만 명의 인구가 현재 그분의 말씀에 따르고 있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이고 파악 안 된 익명의 크리스찬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분의 말씀이 담긴 성서가 1816년 이후 1백 년 동안 3억 6천 7백만 권이나 보급되었다. 그 당시는 인쇄술의 발전 이 초보 단계였을 것이다. 이토록 어느 누구의 말씀보다 큰 힘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어떤 역할을 하실까? 우선 계시활동을 하신다. 계시란 하느님께서 당신의 의지나 계획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신약에 와서 예수님을 통해 더욱 명백히 드러난다 .직접 계시의 원천이시다. 예수님은 『말씀』이란 칭호까지 받으신 분이다. 예수님은 말씀으로서 처음부터 하느님 안에 존재하셨다. 그분은 만물을 창조하시는 말씀으로서 인간에게 하느님의 계시를 전하기 위해 세상의 어두움을 비추는 빛을 내는 말씀이시다. 구약시대부터 은근히 자신을 드러내시다가 때가 차자 인간이 되시어 공공연히 인간의 역사 안에 들어오신 분이시다. 그러하여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라고 할 만큼 인간에게 구체적인 체험의 대상이 되셨다. 이는 요한 복음 1장에 나오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구원 활동을 하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하느님의 말씀이 즉 그들의 규범이고 도덕률이며 윤리이고 관습이며 생활 그 자체였다. 오늘 1독서를 보면 사제 에즈라를 통하여 백성들에게 말씀하신다. 오늘날의 주일 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에즈라가 법전을 풀이해 주자 백성들은 법전에 기록된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감격하여 울었다고 한다. 그들은 60년이나 바빌론이란 나라에 포로로 끌려가서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 그러다가 해방 되어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시기에 이런 말씀을 들었으니 자기들의 정치, 종교, 문화, 율법을 오랜만에 되찾은 그들의 감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이 말씀들은 그들에게는 물리적인 생사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명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할 때 실질적인 구원을 받았다. 적군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었다. 여호수아가 그랬고 모세가 그랬다. 그러나 하느님을 저버릴 때 벌을 받아 적군에게 점령당하고 잡혀가고 멸망하는 것을 깊이 체험 했던 백성들이다. 그러니 『아멘, 아멘』하고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요구하실까? 우리의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신다. 씨뿌리는 비유에서 말씀을 듣는 사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말씀하시면서 모든 사람이 말씀을 듣긴 하지만 실제로 열매를 맺는 자는 『말씀을 듣고 잘 깨닫는 사람』(마태 13, 23), 『말씀을 듣고 잘 받아들이는 사람』 (마르 4, 20), 『말씀을 듣고 잘 간직하는 사람』(루가 8, 15) 뿐이다. 또 산상설교 마지막 부분에서도 그분이 『한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한 사람』(마태 7, 24)과 그분이 『하신 말씀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은 사람』(마태 7, 26)의 상태를 비교하여 전자는 반석 위에 집을, 후자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자와 같다고 표현하신다. 또 심판의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각자는 말씀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 『누구든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을 거느리고 올 때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마르 8, 38)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들고, 지키고, 말씀 안에 머물고, 그를 간직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며」,(요한 5, 24)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8. 51).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새겨들을 줄 모르고 그 때문에 말씀을 거절하고 배척한다면 마지막 날에 단죄 받을 것이라(요 12, 48)고도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이 태도를 분명히 결정할 것을 예수님께서는 원하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내시어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선언하신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신망애 삼덕으로 이 분의 말씀을 항구히 믿고 따르기로 다시 한 번 결심하자.
※이 강론은「말씀의 전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042-152」를 누른 후 사서함번호 「3217」(삼위일체)을 누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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