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태초로부터의 어둠을 밝히고 동굴 속 영롱함의 조화들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실로 내가 찾아 헤매던 아름다움의 전부였다. 그것은 신비였으며 황홀이었다. 그 억겁의 신비 앞에 누군들 경건치 않을 수 있을까. 그리니 동굴의 순결한 혼들이여! 당신을 벗기는 나의 몽매함을 용서하라』(석동일 작「억겁의 어둠을 밝히며」중에서)
생태사진 작가 석동일(에밀리아노)씨.
우리 나라 동굴 사진과 버섯사진의 최고봉인 석동일씨는 사진작가라기보다 어쩌면 생태학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지난 1976부터 13년간 전국 3백50여 개의 동굴을 탐사해「한국의 동굴」(아카데미서적)을 펴냈고, 1988년부터 95년까지 8년간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버섯을 앵글게 담아 「한국의 버섯」(현암사)을 출간했다.
그가 찍은 사진만 해도 동굴 8만 컷, 버섯 5만 컷이나 된다. 그가 발견한 미기록종 버섯이 1백여 점이나 되고, 1983년「동굴은 살아야 한다」는 주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그의 사진전은 정부의 동굴개발 정책을 완전 백지화 시킬 만큼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동굴을 연상하면 먼저「박쥐」를 떠올리듯 그는 처녀지동굴을 찾을 때마다 박쥐 떼에 시달려야 했다. 장비 또한 만만찮다. 안전모와 방수복은 물론 고무보트, 라이트 등 일반 사진 촬영 때는 생각지도 못하는 장비들을 갖추어야 한다. 또 로프타기 등 고도의 산악기술도 있어야 한다. 그는 또 버섯 촬영을 위해 습지를 헤매면서 뱀과 모기떼와 싸워야만 했다.
그를 동굴과 숲에서 떠나지 못하게 잡는 것은 바로「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다.
『동굴은 참으로 신묘해요. 그곳 또한 산이 있으며, 협곡이 있고 폭포와 절벽,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이 만든 자연의 섭리가 있습니다.』
그가 또 생태사진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진은 개인만의 감상물이 아니라 교육 자료로 유익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철저한 프로 의식 때문이다.
최근 지자체에서 동굴을 개발, 관광 수익사업을 전개하는 곳이 늘어나자 더 이상의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해 금년 가을 또 한 번「동굴 사진전」을 개최하기 위해 석동일씨는 다시 배낭을 챙기고 있다.
『얼마 전 제주도 당처물에서 육지에서도 드문「석회동굴」이 발견됐고, 삼척 대이리「물골」 동굴도 발굴돼 기록을 남겨야 되고, 최근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동굴조차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있어 그 훼손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13년 만에 전시회를 다시 갖기로 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생태사진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석동일씨는『내 사진에는 노하우가 없다』고 할 만큼 스스로 터득한 체험과 사진기술을 대학생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전수하고 있다.
『고통을 당하는 것이 내겐 기쁨입니다』라는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석동일씨는『편히 살 수 있음에도 습지와 동굴을 찾는 것은 하느님께서 제가 그 일을 하도록 도구로 선택했다는 소명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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