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일치기도 주간」은 그리스도 교파들 간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자는 기간이다. 1908년 성공회 폴 왓튼 신부가 시작하였다(후에 천주교로 개종). 그는 1월 18일의 성 베드로 성좌 축일부터 25일 사도 바오로 개종 축일까지 8일간을 연례 교회 일치 주간으로 정하였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왓슨의 기도 주간은 특히 로마 가톨릭과의 일치를 강조하였기 때문에 결국 가톨릭도 세계 여러 지방에서 실시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개신교. 성공회, 정교회가 참여하게 되었다. 일치의 촉진을 위해 공동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2차 바티칸 공의회 후부터는 일치기도 주간의 주제와 자료를 개신교의 「세계 촉진 협의회」와 교황청「그리스도교 일치 촉진 사무국」이 공동으로 준비하여 오늘에 이른다. 금년의 일치기도 주제는 『성령께서 연약한 우리를 도와 주십니다』(로마 8,26)이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며, 성령도 하나입니다. 주님도 한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며 만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분이십니다』 (에페소 4, 4-6)라고 하셨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 11)라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이 기회에 우리 교회의 일치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싶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이렇게 나와 있다. 『유일한 이 교회는 많은 불화로 갈라진 단체가 생겨났다』.
1. 이런 단체 속에서 지금 태어나서 그리스도를 믿게 된 사람들을 분열의 죄과로 몰아세울 수는 없으므로 가톨릭교회는 그들을 형제적 존경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그리스도를 믿고 합법적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비록 완전치는 못하나, 가톨릭교회와 어느 정도 결합해 있는 것이다.
2. 성세때 믿음으로 의화된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에 결합되었으므로 크리스찬이란 이름이 당연하며 가톨릭교회의 자녀들은 그들을 주님 안의 형제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3. 우리 교회 밖에서도 교회를 생활케 하는 요소(하느님의 말씀, 은총의 생명, 믿음, 바람, 사랑)을 인정한다.
4. 갈라진 형제들에게서 발견되는 참된 그리스도교적 보화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령의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무엇이나 다 우리 자신의 교화에 이바지한다(「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3~4항 요약). 그리스도교는 크게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는데 우선 가톨릭을 보자면, 우리 천주교(서방 가톨릭), 그리스 정교와 러시아 정교(동방 가톨릭) 등이다. 비근한 것으로 영국의 성공회가 있다. 실제로 일치가 가능한 교파들이라 하겠다. 전례와 성사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신교인데 이들이 문제다. 성서 자유해석으로 수많은 교파로 갈라져 있어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일치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던가? 성서를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동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기로 협의했으나 개신교에서는 이 약속을 무시하여 공동번역 성서를 전혀 사용치 않고 가톨릭만 사용하고 있다. 그밖에 이따금씩 특수 집단(특히 군대)에서 예배와 미사를 공동으로 하는 극히 드믄 예가 있다. 과연 일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양측의 공유 부분을 넓히는 일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용어의 통일이 그것이다. 하느님=하나님, 즈카르야=사가랴 등 성서의 용어와 전례 용어를 통일한다면 훨씬 접근이 용이해질 것이다. 남북의 이질화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이 낱말의 변화가 아니던가? 미국 가톨릭과 개신교는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 우리보다는 공유의 폭이 넓다. 요즈음 다행히도 많은 개신교인들이 천주교의 영성 서적, 전례를 도입하면서 천주교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다. 다행한 일이다.
교리 부분에서도 공유의 폭을 넓혀야 한다. 예를 들어 성모님 공경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 천주교뿐만 아니라 타종교에서도 대부분 성모님을 인정하고 있다. 동방 가톨릭은 성모 승천을 인정하며 중재자, 자비로우신 어머니로 믿고 있다. 성공회 교회 중에는 공공연하게 성모상을 모시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교회 신자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 루터파 교회에서는 마리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스 큉이라는 유명한 목사는『마리아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강조해도 안 되지만 너무 소홀히 하는 것도 죄』라고 말했다. 회교에서는 마리아의 승천과 원죄 없으신 잉태를 인정한다. 코란에 마리아가 물 길러 가자 천사들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리아여, 하느님이 당신을 간택하여 깨끗이 씻어 주시고 세상의 모든 여자들 중에서 당신을 택하셨습니다』 마호멧은 자기 딸이 죽자 『동정녀 마리아 다음으로 하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이렇듯 모든 종교가 비록 불완전하지만 마리아를 인정하고 있다.
그밖에도 찾기로 하자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을 것이다. 이처럼 공유부분의 폭을 넓히는 것이 일치의 지름길이라 본다. 더 이상 『예수님의 겉옷을 찢어 갖는』 (요한 19, 23) 대립자가 아니라 상호 협조자로서 한 하느님을 한 목소리로 공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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