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의 집을 갖고 싶어요』
지난해 초 MBC-TV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구원이의 새해 소망이다. 팔도 다리도 없이 달랑 몸통만 갖고 태어난 구원이가 98년 새해를 맞으며 하느님께 간절한 소망을 얘기했다.
『하느님 제발 저에게 편안한 집을 주세요. 엄마 이모들의 도움 없이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집을 꼭 주세요』
8년 전 부모들의 직업병으로 인해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난 구원이는 청주교구「성 황석두 루가 전교 수도회」창립자인 김동일(요한 보스꼬) 신부에 의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부모들에게 버림받은 구원이는 이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성산리 421「성황석두 루가 전교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자모원에서 살고 있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집고 기적처럼 구원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손이 없이도 구원이는 입으로「가위바위보」를 할 수가 있고, 발이 없어도 온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장난을 치는 구원이. 더군다나 지난해부터는 재택 순회교육으로 인해 초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는 구원이는 선생님이 오는 날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인근 혜화 초등학교 교사의 1주일 두 번의 방문이 구원이에게는 무언가 새로운 힘을 얻는 시간인 것이다.
학습 능력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읽기와 암기력이 뛰어난 구원이는『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구원이와 이 집에 같이 왔다는 한윤미(데레사) 수녀는 『구원이의 모습이 너무 밝아 오히려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며『지금은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는 구원이, 아빠라고 생각하는 김신부를 닮아 신부님이 되고 싶다는 구원이는 스포츠 광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핸드볼 중계를 보면서 골이 터질 때마다 괴성을 지르며 방을 데구르르 구르고 있었다. 그러나 구원이에겐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장을 뛸 수도, 달릴 수도 없다. 그래도 구원이는 운동 경기가 있을 때마다 TV 앞에서 뒹굴 뒹굴 구르며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있다.
『나도 크면 이모나 삼촌처럼 팔 다리가 생겨요?』 네 살이 되던 93년 어느 날, 구원이는 자신의 몸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수녀 이모에게 물었다고 한다.
수녀 이모들은 그럴 때마다『구원아, 너는 그렇게 태어났단다. 그 대신 나중에 하느님께서 팔다리보다 좋은 날개를 달아주실 거야』라며 구원이를 달랜다고 한다.
다섯 살에 한글을 깨우친 구원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낸다. 굴러다니며 혓바닥으로 책장을 넘기고 막대기를 입에 물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해맑은 보통 아이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 구원이지만 걱정도 많다.
바로 새해 소망으로 밝힌「집」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팔 다리가 없는 자신이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소망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이같이 팔다리가 없는 이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되어 있는 집이 한 곳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요되는 경비만 억대가 넘어 구원이를 보살피고 있는 성황석두 루가 전교회에서는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김동일 신부는『이 곳에 노인들과 미혼모들이 있는데 이들을 위해 난방도 제대로 못해주고 있는 형편』이라며『구원이가 커서도 혼자 살 수 있는 집 마련이 숙원이지만 막막한 실정』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딱한 처지이지만 구원이는 분명 고귀한 생명이라는 게 김신부의 말이다. 「세상을 구하는 빛이 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구원이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고 있다. 구원이를 돌보는 수녀들에 의하면 많은 이들이 힘들 때 구원이를 보러온다고 한다. 이들은 구원이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삶의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세상을 데굴데굴 구르며 살고 있는 구원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소망을 갖고 사는 구원이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기도해 본다
※연락처=(0431)212-3360, 6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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