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 받으심을 기념하는 주의 세례축일이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자마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고『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나의 가장 기뻐하는 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세례란 무엇인가? 교리를 상기해보자. 세례란 물로써 이마를 씻는 예절로 이루어지는 성사이다. 이 성사 받는 사람은 원죄와 본죄가 사해지고 하느님의 백성이 되며 다른 성사를 받을 자격을 얻게 된다. 요즈음의 새 교리서에는 세례를 받으면 1.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된다. 그래서 이세상의 죄악과 욕망에서 죽어버리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2. 하느님의 상속자가 된다. 3. 그리스도 신비체의 일원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칙, 신학적인 표현보다는 오늘의 독서들이 세례자에 대해 더 정감 있게 말해주고 있다.
제1독서를 보면 우선 세레받은 자의 지위인데 『나의 종』, 『내가 믿어주는 자』, 『마음에 들어 뽑아 세운자』라고 하신다. 『나의 종』이란 개념은 예수님께서 『나의 벗』(요한 15,15)이라고 격상시켜 주셨다. 따라서 세례 받은 이들은『예수님의 벗이요 하느님께서 믿어주는 자요 하느님이 마음에 들어 뽑아 세운 자』이다. 오늘 복음은 세례 받은 자에 대한 성부의 말씀을 들려준다. 세례 받은 자들은『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 마음에 드는 아들』인 것이다.
세례 받은 이들에 대한 보살핌의 내용도 있다. 1독서에서『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 버리지 않는다.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다. 우리들의 나약성 때문에 잘못했다 해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단죄하지 않겠다는 하느님의 의지를 잘 나타낸 말씀이다. 또『기가 꺾여 용기를 잃은 일없이 끝까지 바른 인생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도 말씀하신다.
이어서 세례 받은 이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내용이다. 『정의를 세우라, 세상의 빛이 되라, 그리고 소경의 눈을 열어 주고 묶인 이들을 풀어주라』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1독서는 세례 받은 자의 지위, 사명 등을 말해준다. 2독서는 베드로 사도의 설교내용(사도10, 34-38)인데『하느님께서 차별대우 없이 당신을 두려워하고 따르는 사람은 누구나 다 받아 주신다』는 것이며, 『이것은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었다』는 말씀이다. 실례로서 악마에게 짓눌린 이들까지도 고쳐 주셨다는 것이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의 비참함과 죄악을 보시고 우리를 용서하시고 구원해 주시기로 작정하셨다. 그러나 무턱대고 구원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세례를 통하여 구원해 주신다. 예화 하나를 들겠다. 어떤 중국 사람의 고백이다. 『나는 허황된 세상에서 엄벙덤벙 헤매다가 깊은 우물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내 힘으로 나올 수 없어「사람 살려요」하고 외쳤더니 첫 번째로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들여다 보고는 「어쩔꼬 아무래도 전생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이니 참회하고 저 세상으로 가는 수밖에 없소」하며 지나갔습니다. 두 번째 사람이 지나가길래 나는 또「사람 살려요」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사람이란 까딱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야 그런즉 이 일을 경험삼아 후일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또「사람 살려요」했더니 세 번째 사람이 들여다 보고는 「아이고 사람이 빠졌구나」하면서 사다리를 놓고 내려와 나를 끌어 올려줘서 살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첫 번째는 석가모니요 두 번째는 공자님이요 세 번째로 나를 구원해 주신 분은 예수님이었소』라고 말했다 한다. 세례는 구원을 위한 사다리이다.
세례를 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회개이다. 그렇기에 세례자 요한도 세례받기 전에 회개했다는 증표를 보여 달라고 유대인들에게 요구했고(마태3,8)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첫 설교로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마르1,15)고 선포하셨다. 회개란 전 인간을 내 것에서 하느님 것으로 바꾸는 것, 나를 버리고 하느님께로 마음을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이 나무와 철근 장판지 유리 시멘트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조하기가 매우 어렵듯 사람도 전인적으로 개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속, 마귀, 육신이란 삼구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런가 보다. 우리네 사회도 마찬가지다. 악법 뜯어 고치는 것이라든가 내가 가진 철학, 주의 생활방침, 주관,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회개가 없기 때문이다. 몇 십 년씩이나 성당에 나오라고 권고해도 끄덕도 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간이 없다. 은퇴한 후 나가겠다. 왠지 두렵다 젊어서 죄짓고 늙어서 회개하겠다. 구속받기 싫다. 사업상 불리할까봐 주저한다』등 별의별 이유가 많다. 결국 하느님께서 불러 주셔야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세례식때 어떤 결심과 서약을 했는가? 세례예식을 상기하자 죄악과 미신을 과감히 끊겠다고 서약했다. 신앙고백으로 우리의 믿음을 최종적으로 선언하고 세례를 받았다. 세례로 인한 새 생명을 죄악과 오류에 물들이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하겠다는 표시로 깨끗함의 상징인 흰 수건(흰옷)도 받았다. 대부모가 주는 촛불을 밝혀들고 그리스도를 통해 빛이 되었으니 끝까지 빛의 자녀로 살아가며 신앙에 항구할 것을 약속했다. 이 감격과 서약을 회상하고 충실하게 살도록 다시 한 번 약속하자. 그리고 세례를 통해 나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자.
※이 강론은「말씀의 전화」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042-152」를 누른 후 사서함번호「3217」(삼위일체)을 누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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