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있는 일곱 개의 신학대학교 총학장들은 가톨릭신문사로부터 양한모 기념 제1회 가톨릭학술상의 심사자문위원으로 위촉받은 바 있습니다. 본 심사자문위원회에서는 이 상의 운영위원회로부터 수상대상 연구 업적으로 추천된 15편의 연구 업적에 관해 검토한 결과 전원일치로 허창덕 저(箸) 「라틴한글 사전」을 본 상을 수상하는 연구 업적으로 선정하는데에 동의했습니다. 1995년 5월25일 가톨릭대학 출판부에서 간행된 이 책은 교회 학문 연구 등에 있어서 필수적 도구가 되는 라틴어에 관한 전문적 사전입니다.
사전의 편찬은 학문 연구의 기초 작업임과 동시에 그 학문 분야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학문을 연구하는데에도 당연히 사전 편찬 작업이 수행돼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교회의 전례 용어와 학문 용어는 라틴어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의 현지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라틴어는 전례용어로서의 기능은 약화되었지만 교회의 학문을 연구하는데에는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언어입니다. 뿐만 아니라 라틴어는 우리나라의 지성들이 서양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는데에도 반드시 요청되는 고전어입니다. 라틴어는 신학과 철학 및 서양 고전학의 연구에 필수적인 언어로 평가됩니다. 이 사전은 신학 및 철학을 비롯해 서양 고전학 분야의 연구를 진일보 시켜준 것이며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기초적 연구 업적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사전은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서양 고전학계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 「라틴 한글 사전」은 가톨릭대학교 신학부교수였던 허창덕 신부님께서 평생을 걸고 수행한 연구의 성과입니다. 이 한권의 사전에는 한 학자의 평생 노력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의 노력의 씨앗은 앞으로 계속 우리나라 신학 및 철학계와 서양 고전학계에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이 훌륭한 연구 업적이 「양한모 기념 제1회 가톨릭학술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이 책을 지은 허창덕 신부님외에도 라틴어를 활용해 신학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격려하는 의미도 될 것입니다. 물론 허창덕 신부님은 이 책의 최종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허창덕 신부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완성시키고자 노력했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진 및 고전 라틴어연구소 백민관 신부님을 비롯해 장익 주교님과 최승룡 신부님, 성염 교수 등 여러분들의 마무리 작업에 의해서 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완간 작업에 참여한 모든 분들도 원래 저자인 허창덕 신부님과 오늘의 영광을 함께 누리시는 주역들입니다.
모름지기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은 한국 교회의 학문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이로써 겨레문화의 발전에도 밑거름이 되어줄 연구업적들이 수상대상으로 선정돼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수상되는 허창덕 저 「라틴 한글 사전」은 이에 가장 잘 합치되는 연구업적으로 생각합니다.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이 우리나라 교회 학문의 수준을 높이고 우리 교회가 세계적인 신학자, 그리고 민족의 문화적 지도자를 양성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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