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고전라틴어연구소가 편찬하고 가톨릭대학교 출판부가 펴낸 「라틴-한글사전」은 3만여 단어가 수록된 중형사전이다. 이 규모의 라틴어 사전들은 「라틴어-일본어 사전」(Tanaka. 1969) 「라틴어-영어사전」 (Cassell. 1968) 「라틴어-독어사전」(Pertsch. 1983)등이 있다.
「라틴-한글사전」의 구성은 서론부분으로 추천사, 사전이 나오기까지의 배경, 저자와 문헌약호, 성서 약호, 학문용어 약호, 라틴어 글자 및 발음, 악센에 대한 설명이 있고, 본론부분은 단어 및 해설, 부록으로 로마제국 연대기, 고대 로마제국의 판도, 로마 황제의 연대표, 로마의 도량형과 화폐, 로마의 숫자, 로마의 달력 등 총 1천58쪽으로 편집돼 있다.
「라틴-한글사전」은 라틴어 문학의 모든 시대 즉 기원전 2세기의 구 라틴부터 금세기까지에 걸친 단어들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중세와 신라틴어의 전문용어들은 Casselll과 Pertsch보다 더 많이 수록돼 있다. 「라틴-한글사전」은 또한 신학과 철학, 생물, 동물학, 식물학, 약학, 의학 용어가 많은 반면, 법학, 지리학, 기술학 분야의 전문용어들의 수록 상태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라틴-한글사전」의 또 다른 장점은 불규칙한 명사 및 동사의 형태를 하나의 독립된 단어로 수록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초보자들이 라틴어로 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라틴-한글사전」은 어휘들이 매우 풍부하게 수록돼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규모의 다른 라틴어 사전들을 능가한다.
「라틴-한글사전」은 라틴어로 된 문헌이나 라틴어로 된 단어를 다루는 모든 한국인들 그리고 역사학자와 신학자, 철학자, 생물학자, 의학자, 약학자 등과 같이 라틴어로 된 전문용어가 필요하면서 각 분야에 해당된 특수사전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에 라틴어가 전해진 것은 천주교가 전해지면서 부터이다.
1891년 처음으로 「라선소사전」(羅鮮小辭典)이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에 의해 홍콩에서 발행돼 신학생 교육에 활용됐다. 이후 1936년 윤을수 신부가 「라선소사전」의 미비점을 보완해 「라한사전」 (경향잡지사)을 발간, 사용돼 왔다.
그러나 해방이후 라틴어 공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폭이 점차 넓어짐에 따라 보다 충실하고 완벽한 라틴어 사전이 절실이 요구됐다. 이런 요청에 부응해 나온 것이 가톨릭대학교 고전 라틴어연구소가 펴낸 「라틴-한글사전」이다.
「라틴-한글사전」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평생을 신학생 라틴어 교육에만 헌신해왔던 허창덕 신부(1919-1992)가 시작한 것으로 1971년부터 1994년까지 25여 년간의 작업 끝에 지난 1995년 4월25일 세상에 나온 국내 최고의 「라한사전」이다.
허창덕 신부는 1971년 혼자 라틴 한글사전 편찬사업을 착수, 알파벳 A에서부터 S항 후반부까지 사전의 4분의 3을 1985년 완성했으나 지병인 암이 악화돼 사전원고를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한 채 1992년 7월 선종했다.
이에 장익 주교와 최승룡, 백민관 신부, 성염 교수가 공동 작업으로 2년여 동안 고 허창덕 신부가 남긴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한편 「라틴-한글사전」은 우리나라 출판 역사를 말해주는 축소판이기도 하다. 「라틴-한글사전」이 25년여 만에 완성됐듯이 분도출판사가 담당한 인쇄 및 출판 과정도 그만큼의 시간을 같이했다.
「라틴-한글사전」 1995년 초판을 보면 사전 활판 인쇄에서 사진식자 인쇄까지 다양한 인쇄법으로 짜여져 있다. 사전 지면을 만져보면 올록볼록한 인쇄면은 활판이고, 매끄러운 지면은 사식 인쇄면이다.
그래서 가톨릭 출판계 종사자들은 「라틴-한글사전」 초판은 한국천주교회 출판사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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