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라 할 것까지 뭐 있겠습니까. 다만 오랫동안 고향 땅, 그리운 사람들을 멀리하고 낮선 이국에서 느낀 그리움을 적은 것뿐이지요』
시작(詩作)을 업으로 하는 시인들에 비길 만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윤홍기(프란치스꼬)씨의 첫 시집 「고향이 어디에 있습니까」(지문사 간행)는 인간의 가장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그들을 앞선다.
『이역만리 타향에서/한줌 흙을 지긋이 쥐고 서 있다/어매, 아배가 살아계실때/울고 웃고 하시던 그 땅의 흙이다/어제 태어나 살다가/오늘 떠나와 그립다가/내일 돌아갈 그 땅의 흙이다/말없는 한줌 흙이나/심장이 고동치는 한줌 흙이다』(한줌 흙 중에서)
차마 떨어질 수 없어 한줌 고국 땅을 움켜쥐어야만 했던 유학생 시절. 더욱이 그 흙은 고국에서 연구실 근처 어머니 무덤에서 담아온 것이다. 그 후 수십 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 흙을 틈날 때마다 손에 쥐어보고 들여다봐야 하는 그리움이 바로 이 시집 구석마다 배어 있다.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 있으면 누가 시인이 되지 않겠습니까. 시가 삶을 노래한 것이라고 할 때 이국생활은 누구라도 자기의 노래를 부르게 하지요』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지난 67년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을 공부한 뒤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줄곧 고향을 떠나 있었다. 청춘을 외국에서 다 보내면서 그가 체험한 그리움은 무척 깊다.
하지만 이 그리움의 토로는 『나만의 억지요 타령이 아니고 동행하는 길손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소리 같다고 느껴졌다』고 그는 말한다. 태어나 자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야 누가 다를까. 그래서 「마음이 내킬 때마다 한 두 줄씩 써 본」 이 시들이 읽는 이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오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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