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나라와는 뭔가 색다르게 구별되는 유일한 실체이니, 많은 존중을 받을만한 나라입니다』
낮고 자그마한 체구, 우리네 시골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촌로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의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가 그간의 삶의 자취를 모아 한편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기쁨」(사람과 사람 간행)에 실린 글들은 하나같이 솔직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세련되고 윤택한 미사여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더 진한 삶의 감흥을 일깨워준다.
「한국 교회는 한국인이 맡아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흔쾌히 실천에 옮겨 네 번에 걸려 사의를 표명하고 마침내 지난 90년 종신직이나 다름없는 교구장직을 자진 사임하면서 평범한 사제의 자리로 돌아온 그의 소탈한 면모가 더 가깝게 다가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모두 43편의 글이 실려 있다.
「어느 시골 남자의 회계 장부」,「성모 마리아를 울린 곡예사」,「부자로 사는 지혜」,「구두 수선공의 작은 행복」,「왜 위만 쳐다봅니까」,「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등 오늘날 삶의 지표를 잃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믿음과 깨달음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삶이 감동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보잘 것 없는 이 글이 잠못 이루어 뒤척이는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참 기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이면서도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고 온갖 세파에 시달려 지친 우리들에게 가슴 가득히 잔잔한 행복감을 채워준다.
특히 부록에 실린 안동교구장 사임서는 이제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복음적 삶을 실천해온 그의 삶과 신앙, 한국에 대한 정겨운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두봉 주교는 1929년 프랑스 오르레앙시에서 태어나 한국 전쟁 직후인 54년 25세 나이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로 한국 땅을 밟았다. 69년 안동교구 설정과 함께 주교 서품을 받으면서 안동 교구장에 착좌, 대부분의 세월을 철박한 시골 땅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농민들과 함께 살아왔다.
「산봉우리에서 노래하는 두견새」라는 뜻의 「두봉」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했던 그는 교구장 사임후 행주산성 기슭 고양시 행주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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