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을 때다. 사회 전반에 덮여있던 거품을 걷어내고 검소한 생활을 뿌리내려야 할 때이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청빈한 생활」을 복음 삼덕의 하나로 권장해 왔다. 각 교구에서도 경제난 극복에 솔선하자는 청빈운동이 번지고 있다.
본보는 신년 연중기획으로 시리즈「교회, 과소비를 벗자」를 마련, 정신적 물질적으로 낭비해 온 과소비 풍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국내 수입 성물(聖物) 시장 규모는 연 10억여원대가 넘을 만큼 대규모이다. 교회내 전체 성물 시장이 50억여원대이니 이중 수입 성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육박한다.
그러나 실상은 공식적으로 성물 수입업체로 사업 승인을 받은 곳은「바티카노 한 곳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보따리」 장수로 유통되고 있다는 게 성물업자들의 말이다.
문제는 수입 성물을 무자비로 들여오는「보따리」장수의 경우이다. 관세와 부과세를 전혀 물지 않고 통용되는 불법 거래인 보따리장수는 지금도 성물 시장에서 적지 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억여원대의 수입성물 시장에서 이들 보따리 장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70%, 즉 7억여 원 규모라고 하니 실로 엄청나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성물을 들여오는 만큼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더 많은 이익을 높이기 위해 저질의 값싼 원자재를 수입, 국내에서 국산 부품들로 조립해 수입상품으로 팔고 있기도 하다.
수입품종도 다양하다. 묵주, 미사포 등은 물론 성작, 성합 등 전례용품과 고상, 성모상 등 거의 모든 것을 취급하고 있다. 이들이 성물을 들여오는 방법도 면이 있는 신부나 수도자들, 또 유럽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신자들에게 부탁, 세관에서 적발되지 않도록 각자 짐을 분담해 들여오고 있다. 즉 자신의 이윤을 챙기기 위해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 모두에게 범법을 저지르게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성물업자들에 따르면 수입 미사포와 묵주의 경우 이런 속임수를 가장 많이 쓴다고 한다. 미사포는 프랑스에서 원단을 들여와 국내에서 제단해「프랑스 완제품」으로 둔갑시켜 개당 3만원씩에 팔고 있다. 묵주 역시 묵주알이나 십자가만 들여와 나머지는 국산자재로 조립「이태리제」라며 최소 1만 원 이상씩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또 성모상 등 각 조각상도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해 가짜 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을 가톨릭 신문이 고발한 바 있다.
이런 가짜 성물들은 성당 성물 판매소 등에서 내놓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 『다짜고짜 들어오자마자 이태리제, 프랑스제 성물을 찾는 신자들이 많아요. 비교해보면 훨씬 좋은 것이 많은데도 국산품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물론 평신도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외제 성물을 선호하기는 성직자나 수도자도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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