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목의 문제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도적 권고 「가정공동체」에서 가정의 존엄성과 복음적 기능을 강조하며 『현대의 많은 노인들은 무질서한 사회변화와 가치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본연의 존엄성을 무시당하며 심지어 가정에서 조차 부당하게 소외되고 있다
』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교황은 가난과 고독 속에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교회 공동체가 실시하는 효율적인 노인사목을 통해 도움과 후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게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애덕을 최대한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사도적 권고에서 지적한 대로 마땅한 존경과 보살핌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고유한 지역전통과 환경속에서 노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 영성적 요구를 채워 줄 수 있는 다양한 복지, 교육, 문화, 사목, 전례 프로그램 개발 실시해야 할 의무를 기니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에 부응, 교회는 그동안 양로원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을 교구와 수도회를 중심으로 운영해 왔으며 종합 복지관을 통해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의료와 교육, 여가활동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시설운영과 함께 노인사목 분야의 일환으로 서울대교구 등에서 노인대학연합회를 설립, 노인교육과 복지증진에 많은 선과를 거두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또 각 본당에서 자원본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인대학은 전국적으로 1만여명의 노인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노인사목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인대학의 경우도 서울대교구의 경우 전체본당 중 86개 본당(97년 12월말 현재)만이 설치된 정도이며 타 교구에서는 불과 몇몇 본당에서만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교회내 비공식적인 집계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노인신자 수는 전체 신자 367만여명 가운데 15% 정도. 그렇다면 줄잡아 55만여명이 노인신자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로 교회에서 노인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무엇보다 노인들은 매일미사를 비롯 각 본당에서 각종 전례, 신심행사, 단체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 어떤 연령 계층보다도 신앙의 수호자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공동체는 이러한 노인들을 위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포용해왔으며 그들의 원만한 노년기 삶을 위해 배려해 왔는가?
교회는 그동안 어린이나 청소년 그리고 젊은 계층의 교우들에게는 많은 사목적 배려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솔직히 노인들을 위해서는 이렇다할 관심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를 향한 노인사목
교회가 노인문제를 모두 떠 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급속한 노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사회 현상에 발맞추어 노인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전체 인구구성 중 노인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에 교회내 노인신자가 많다는 점도 있지만 바쁜 경제활동에 따른 청장년층의 이탈로 인한 교회 노령화는 더욱 가속화 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급격한 노령화 시대에 우리 교회가 수행해야 할 노인사목의 과제와 방향은 무엇인가?'
수원교구 화서동본당 주임 한상호 신부(전 수원가톨릭대학교총장)는 이 문제를 △ 경로효친 사상의 고취를 위한 특별한 관심과 다양한 대책 △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적극적인 제공 △ 무료 및 실비의 유료 양로원 마련 △ 본당내 노인주일학교와 노인대학의 운영 △ 노인들의 적성이나 요구에 부응하는 전례나 신심 프로그램 제공 등으로 풀어갈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노인들에게 있어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 중의 하나는 자신들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기 보다는 무시와 무관심속에 소외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회는 부모봉양이나 노인공경이 신앙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임을 신자들에게 인식시켜 주고 동시에 자녀와 노부모가 깊은 사랑과 이해 안에서 서로 만나고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노인들을 위한 행사를 자주 열어 노인들로 하여금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관심의 일환으로 전체 교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노인의 날」을 제정, 기념하는 방법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아울러 노인 중에는 빈곤이나 질병으로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회는 물질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의료활동, 정보제공, 상ㄷ감 서비스, 가정봉사 등의 배려를 통해 이들의 외로움과 빈곤, 질병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교구 반포본당과 잠원동본당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정의료사목은 노인사목의 한 방안으로써도 각광을 받을만 하다.
최근 들어 유로 양로원의 건립이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노인들을 위한 무료 양로원의 건립과, 자녀들과 함께 살아갈 형편이 못되는, 또 재력이 어느정도 있는 노인들을 위해 실비의 유로 양로원도 필요한 실정이다.
아울러 노인들을 일시적으로 맡아 보호하는 노인 휴양소나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 및 재활기관의 설치도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노인문제, 곧 닥쳐올 우리 자신의 문제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과 관련, 노인단체에서 밝힌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정부는 노인문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노인들을 무시하는 정부당국의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한다.
유엔이 정한 「세계 어르신의 해」를 맞아 정부와 사회, 교회할 것 없이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태도가 크게 변화돼야 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40대는 20년 후에, 50대는 10년후 닥칠 미래라는 점에서 노인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노인문제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라는 좀더 넓은 공동체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다루어져야 하며 그 해결에 있어서도 노인들은 물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과 사회전체가 함께 공동으로 노력할 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 다양한 시설과 조직력을 지니고 지역사회에 산재해 있는 교회는 그 어느 단체보다 노인복지 증진에 기여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대희년을 맞기 위한 마지막 준비의 해를 살아가고 있는 교회가 노인들을 위한 관심을 조금 더 가질 때 교회는 2천년 대희년의 기쁨을 더욱 풍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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