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시대다. 자주 발생하는 천재지변, 여러 가지의 환경파괴, 그리고 인재에 의해 발생한 세계적 금융위기까지. 우리가 겪은 사건만도 이루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그것뿐인가. 테러, 인종전쟁 등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사건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이 몇 년 사이에 우리들은 참으로 혼란스러운 사회와 이념의 갈등으로 마음의 평화를 잃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닌듯 하다. 다종교사회 안에서 새로운 신흥종교나 신흥영성운동 그리고 세속주의로 기존의 신자들은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냉담률은 높아지고 미사참례율은 줄어들고 있다.
얼마 전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새천년복음화사도회가 공동 주최한‘21세기 한국교회의 복음화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있었다. 학자적인 입장, 사목자의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대안을 제시했던 자리였다. 이날 발제자들이 진단한 오늘의 한국교회는 매우 부정적 측면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의 현실에 안주한다면 미래 교회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발표한 내용의 요지였다.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교회의 지도자들이 교회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이러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선 사목 현장에서 사목을 담당하는 사제들은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를 파악해서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자기 방어나 현실안주에 더 치우쳐 있다는 것이었다.
교회의 근본 소명은 복음화에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복음화에 대한 연구, 기획과 실천보다는 현실에 대한 자기 불감증에 걸려 안주하고 있다. 그 결과로 양적으로는 신자수가 늘어났지만 영성적으로는 빈곤해졌다. 신자들이 빈곤한 영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고 심지어 사이비종교나 신흥영성운동 등에 빠져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교계의 신문들에서 그동안 복음화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관한 여러 분석기사와 대안 제시에도 그 문제들에 대한 결과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은 없다.
우리 한국교회는 그동안 교구별 시노드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교회의 방향을 제시하였으나 그 결과는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한국교회에서 복음화 또는 새로운 복음화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그럼에도 아직 신자들은 복음화의 개념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동안 일어나던 선교의 열정마저 다소 식어가는 듯하다. 미사 참례율의 저조함과 각종 교회 내 단체의 활동들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올바로 진단해 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현실의 올바른 인식은 바른 진단을 할 수 있고 바른 진단이 나와야 처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처방을 믿고 따르는 실천 의지와 행동이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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