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가 동양 고유의 품격을 지닌 종이로 재조명받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한지는 우수한 보존성은 물론 친환경적인 성격 덕분에 웰빙 주거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한지 바람이 교회에도 불어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양식 유리화가 일반적이었던 교회 안에 한지 유리화를 설치한 성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삼성산본당(주임 이철학 신부)은 지난달 성당에 한지 유리화 설치공사를 마쳤다. 딱딱해 보일 수 있는 현대식 건물에 전통미가 가미됐다. 게다가 일반 창으로 쏟아져 들어왔던 직사광선이 한지 유리화 덕분에 은은하고 따뜻한 빛으로 바뀌었다. 빛마저도 전례공간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유리화의 소재로써 한지가 전혀 손색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서양 유리화에 뒤지지 않는다. 동양과 서양미술이 접목되면서 표현양식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조성희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가 제작한 삼성산성당 유리화는 소재는 한지지만, 반구상으로 표현돼 있다. 구약과 신약 등 성경 내용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만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은 한지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면에서는 수원 야탑동 성마르코 성당의 유리화도 빼놓을 수 없다. 서양화가 오수연(세레나) 씨가 제작한 작품 역시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지만 삼성산성당과는 달리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그림 부분을 오려내서 입체감을 살렸는 것이 눈에 띈다. 오려낸 부분과 남아있는 한지를 투과한 빛은 각각 다른 느낌으로 전례공간을 신자들에게 선사한다.
야탑동 성마르코본당 신자인 이선영(루치아)씨는 “한지가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새롭게 다가왔다”며 “빛이 은은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와서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삼각지성당도 일찍부터 한지 유리화를 설치해, 새로운 유리화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당 내부 디자인과 유리화 제작을 모두 한국화가 심순화(카타리나) 씨 한 사람이 맡아, 공간과 성물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작품 내용도 위의 두 성당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본당이 관할하고 있는 당고개 성지 순교자 10명을 각각의 상징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한국적이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작품은 전통미를 한층 살리면서 순교자들에 대해서도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 밖에도 서울 마천동, 발산동, 춘천 일동성당, 순천 예수회 영성센터 등에도 전통 한지 유리화가 설치돼 신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한지 유리화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교회의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는 유리화의 소재로써 장점이 많다. 한국의 정서가 잘 담겨 있다는 것과 우수한 보존성,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성질, 우아한 아름다움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연채광뿐 아니라 실내의 형광등을 통해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작가들은 작품 내용적인 면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삼성산성당과 순천 예수회 영성센터 유리화 작업을 한 조 수녀는 “사실 작업은 단순하고 기능적인 면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성전에 설치되는 작품이다 보니 영성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을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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