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 21세기를 여는 준비가 교회 안팎으로 한창이다. 제삼천년기의 시작을 대희년과 더불어 열기 위한 노력이 한국교회 곳곳에서 다양하게 분출되고 잇는 가운데 본보는 「새로운 천년, 한국천주교회가 나아갈 길」을 대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특별히 가톨릭신문 창간 7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도된 이번 좌담은 한국교회가 중점적으로 지향해야 할 21세기의 과제를 선교, 영성, 인간화, 민족화해 등 4가지 방향으로 압출, 진행됐다.
20세기 마지막 문턱에서 한구교회가 중점적으로 지향해 나아가야 할 과제를 총체적으로 제기하는 이번 좌담에는 고려대학교 노길명 교수의 사회로 대전 대흥동본당 주임이자 대전 가톨릭대학교 교수인 박재만 신부, 가톨릭 교리신학원장 김준철 신부, 인천가톨릭대학교 변진흥 교수가 참가했다.
좌담 참석자
노길명 - 사회.<교수. 고려대학교 인문대학장 겸 인문정보대학원장, 종교사회학>
박재만 - <신부. 대전교구 대흥동본당 주임 겸 대전가톨릭대학교수, 영성신학>
김준철 - <신부. 가톨릭 교리신학원장, 선교신학>
변진흥 - <교수. 인천가톨릭대학.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북방선교>
사회자=최근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작업들이 여러차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오늘의 상황을 점검하며,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교황께서도 다가오는 제삼천년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제삼천년기」라는 교서를 통해 상세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이 가르침에 따라 한국교회는 「2천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희년 길잡이」를 통해 희년의 의미와 정신을 일깨우는 한편, 희년의 정신을 생활화 하기 위해 「새날 새삶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창간 72주년을 맞는 「가톨릭신문사」에서는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한국교회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현실과 방향을 진단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한국교회의 선교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교회의 신자증가율은 82년도에 9.60%를 최고점으로, 그후로는 단 한차례도 역전되지 못한 채 계속 하락하여 지난 97년도에는 3.18%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신자증가율의 하락에는 여러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 주된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교회의 선교활동이나 선교방법 등과 관련해서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준철 신부=그 말씀에 앞서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80년대 초 우리 교회의 신자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개신교를 비롯한 타종교의 증가율에 비추어 보면 우리 교회의 신자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당시에 높았던 신자증가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우리들의 선교 노력보다 어두웠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선교둔화의 원인
지금 기성종교의 신자증가율이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는 원인은 「세속화 영향으로 인한 종교적 무관심」과 「기성종교 기능에 대한 실망과 불만」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뉴 에이지 문동, UFO와 관련된 외계인 숭배 등 소위 「대체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그동안 교회의 선교활동은 체계적인 전략보다는 신자들의 표양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간접적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선교활동이 소극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선교황동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햐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선교의식을 촉진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교연구소」같은 전문기관을 설립하여 조직적이로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각기 다양한 상황의 선교 상황을 연구 분석하고 이에 적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선교모델과 선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점들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평신도 전문가의 양성과 다양한 선교교재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구나 주교회의의 실제적인 인적 물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박재만 신부=저는 이 문제를 평신도들의 신원에 따른 영성과 사도직에 대한 긍지가 약하다는 견지에서 보고자 합니다. 그간 교회안에서는 평신도 신원이해와 그 신원에 따른 영성, 사도직 사명에 대해 신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키는 교육과 실천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 평신도들은 「세례를 통해 모든 이는 선교의 주역」이라는 의식이 약합니다.
또 하나는 구원관 문제를 얘기하고 싶은데요. 비근한 예로 개신교와 비교할 때 개신교 신자들은 구원에 대한 신념과 구원 받은데 대한 글지가 충만하고 이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들은 시례를 통하여 구원받은 기쁨으로 다른 이들에게 그 기쁨을 나눈다는 의식이 약합니다. 앞으로 교회는 세례로써 구원받았다는 신념을 신자들에게 강하게 주지시켜 주고 이러한 긍지와 기쁨으로 복음을 적극적으로 선포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더불어 생각해볼 문제는 근래에 와서 교회관 구원관이 많이 약화됐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한 교구에서 실시한 「냉담과 선교」에 관한 연수회 중 신자들의 신앙의식 설문조사 분석 결과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천주교 신자는 타종교 신자보다 구원받기 쉽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44%가 「그렇다」고 답했고, 「어느 종교를 믿어도 마찬가지」라는 답은 56%였습니다. 그 설문 응답자의 대부분은 성당에서 여러 단체들에 비교적 열심히 참여하는 신자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56%가 「어느 종교를 믿어도 구원된다」고 대답했다는 것은 그들의 구원관과 교회관이 희박하다는 것을 드러내줍니다.
그렇게 구원관 신앙관이 희박하다는 것은 「신자」의 정체성 문제로써 선교활동가로서 나서기는 고사하고 자신들의 신앙유지도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냉담, 개종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죠. 오늘 교회안에 교회관 구원관에 대한 재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사실, 신자증가율의 하락현상은 한국 천주교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의 개신교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불교에 대한 관심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공·단전·초월·명상·도(道)·선(禪) 등과 같이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평화를 약속하는 소위 「신영성운동」의 확산은 놀랄말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사회 변화에 따른 종교적 욕구의 변화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와 같이 다종교 상황을 나타내는 사회에서 선교활동을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비신자들의 종교적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입교자들이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연구 결과들을 보면, 응답자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신앙을 찾는 가장 큰 이유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라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교회가 이와 같은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서는 선교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의 선교방법에서 개선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들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준철 신부=우선 그 운동들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들,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치하는 요소들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와 같은 운동들은 인격적인 신의 존재, 강생의 신비,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교회, 사후의 심판 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들은 그리스도교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요소들입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영적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러한 현실은 어쩌면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이며 동시에 기회일 수 있습니다. 천주교에 입교하는 이들이 「마음의 평화」를 주된 동기라고 지적하는 것을 주목한다면, 이와 관련해서 교회가 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그리스도교의 영적 유산의 풍부함을 계발하고 현대에 맞게끔 새롭게 하고 특히 한국인의 심성에 맞게 토착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재만 신부=예비자들이나 입교자들의 많은 수는 「마음의 평화 얻기」「현세복 추구」등 인간적 동기에서 교회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비자 교육이나 재교육을 통해 이같은 인간적 동기를 인간적 마음평화에서 복음적 평화의 차원으로 영성화시킬 수 있도록 바꿔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이 되지 않는다면 많은 이들이 중도에서 탈락되거나 신앙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예비자교육과 영세 후 신앙적 연결고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노력을 교회에서 세심하게 배려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앙적 성장과정을 지켜봐주는, 지속적인 재교육에 대한 혁신적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자=사실, 예비자들의 사분의 일 정도가 도중에 탈락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말씀하신 구원관이나 신원의식의 결여와 같은 영성적인 측면이나 신자재교육 등과 같은 사목적인 프로그램의 부족뿐 아니라, 교회의 구조적 측면에 적응하는데 따르는 어려움과도 관련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교회가 갖는 구조적 내지는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과 개선 방법에 관해서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준철 신부=가톨릭교회의 내적 문제점으로는 대형화, 익명화, 교회내 소외계층의 증가, 신앙의 미성숙, 냉담자와 행불자의 증가, 주일미사 참례자의 저하 등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많은 신자들이 신흥종교에 유입되거나, 신앙과 환경의 괴리로 이중적인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보다 「교육」으로 모아질 수 있습니다. 예비자 교육뿐 아니라 평신도들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인의 실정에 맞는 교리서와 교리방법, 교리기간이 필요하며 아울러 전문 교리교사의 양성도 필요할 것입니다. 또 교구차원이나 전국차원에서의 체계적인 평신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여러 교육들이 행해지고 있지만, 심화과정 없이 단순교육에 머무는 경우도 있는 것 같거든요.
박재만 신부=초세기 교회에서는 교회 내에서 필요한 설교, 교리강좌 순회복음선교 등 기타 교회내 활동들을 카리스마에 따라 평신도들도 적극적으로 맡아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교계제도가 확립되면서 사제들에게 일임되다시피 하여 그 역할들이 약해졌죠. 이런 흐름 속에서 평신도들에 대한 신원이 불투명해지고 개념이 모호하게 정립되었다고 봅니다. 교회로서는 큰 손해를 본 것이죠. 왜냐하면 대다수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신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명도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영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교회 전체에도 손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빨리 회복시켜야 할 것 같아요.평신도 역할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은 누구나 다 알고 이해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본당안에서 사목제도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사목제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의식하고 공감하는 사제 수가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선교에 나설 수 있는 동기부여도 중요하다고 봐요. 근래 신자의식 조사 보고서들을 보면 대개 표양을 통한 간접선교를 선호하고 직접선교는 나중으로 미루는 경향이 짙은데, 이것은 나중 순서가 언제올지 모르는 소극적 자세라고 봅니다 가두선교 등 적극적 선교활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자=그동안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조사결과들을 보면, 신자들의 신앙과 실제의 삶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성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에서의 영성 빈곤의 주 원인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대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재만 신부=근래 교회는 신자들이 신앙과 생활의 분리, 복음과 문화의 유리로 인해 빚어지는 심각한 결과들을 깊이 우려하면서 그에 대한 조화와 통합 및 일치를 이루도록 자주 촉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분리현상은 신앙을 가정 및 사회의 일상생활안에서 분리하여 기도나 미사 등 신앙생활의 특수부분으로 축소하게 되며 하느님을 이 세상의 현실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분으로 여기는 오류에 빠지게 합니다. 이러할 경우 이론적으로 성서 및 교리지식을 충분히 가진 신자들도 실제 생활에서 무신론자 와 같이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화해야 할 사회로부터 오히려 역습당하며 세속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을 극복하기 위해서 신앙과 생활의 통합을 위한 교육이 시급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기도의 생활화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회영성의 중심은 성령
우리 교회안에서 영성의 다른 문제점을 든다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시대와 상황 그리고 신원에 따른 영성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시대에 따른 영성이란 오늘을 사는 영성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예를 들면 18세기 우리 선조들의 순교영성을 오늘 재조명하여 그 순교정신을 우리의 삶에 맞게 적용하고 생활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안에서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여겨집니다. 상황에 따른 영성이란 한국적 그리스도교 영성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원에 따른 영성이란 수도자, 평신도 그리고 사제의 신원에 따라 다양한 영성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교회의 구성원 중 대다수인 평신도들의 영성정립 및 이해를 위한 노력이 큰 과제입니다.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단계적 영성교육이 요청됩니다. 기도 및 묵상의 방법, 성체조배, 사도직의 영성, 전례 및 성사의 생활화 등의 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우리 교회 생활의 주도권이 누구인지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교회의 영혼이신 성령이신가 아니면 인간들인가 하는 것입니다. 인간들이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때 우리 교회 영성은 약화됩니다. 성화, 복음화의 주체이신 성령이 활동하실 수 없도록 그 도구인 인간들이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한국사회는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면서 능률과 합리성의 추구라는 경제제일주의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 결과, 성장과 발전 그리고 개인의 이익과 안일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인권이니 생명마저도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되고 있습니다. 연간 150만건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낙태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계상황에 다다른 자연파괴현상도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는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우리 교회의 가르침과는 분명 대치되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기를 「생명 문화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겠습니까?
박재만 신부=원론적인 면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원죄로 상처를 입은 인간은 자신과 분열돼 있고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자연과도 분열돼 있는 성향을 지니고 잇는 것 같습니다. 근래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생명문화 시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같은 「화해」의 맥락안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닏가.
먼저 자신과 화해해야죠. 이스라엘 백성들이 안식년과 희년에 땅을 쉬게 했었던 그 「쉰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요즘 현대인들은 너무 바쁩니다. 우리는 우리 생활안에서 개인적 반성이나 영적 성장을 위한 기도시간들을 제대로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나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 사물에 대한 바른 통찰력을 갖기 못하고 있고 영적 식별력도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생활속도를 좀 늦추고 기도와 묵상, 성찰의 시간을 마련하여 자신과 우선 화해,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도, 지혜, 용기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회개의 정신이 바로 그리스도 이웃 자연과의 화해를 이끌 수 있다고 봅니다.
성령안에서 화해의 길 모색
생명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이루어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대자연안에서 「화해」의 의미를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의 원래 모습대로 돌려놓는 것이 우선 그리스도 신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의 원래 모습대로 돌려 놓는 것이 우선 그리스도 신자들이 해야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산업화 물질주의로 인한 사회의 가치혼란 속에서 교회는 이를 복음화하기 보다 오히려 역습당한 면도 없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를 깊이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우리 교회는 2000년대를 대희년으로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희년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은총의 해」이며, 오만과 이기심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꾸어 잡아 화해와 용서가 열매맺는 회심의 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겨레는 아직도 분단된 채 서로가 입은 상처와 그로 인한 미움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년전 상호간의 증오와 소모적 군비 경쟁을 지양하고 화해와 일치를 다지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디딘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약속했던 화해와 일치의 정신은 아직도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노력은 어떤 자세와 방식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변진흥 교수=교회는 본질적으로 화해의 성사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이념과 체제 때문에 갈라져 반목하며 분열된 민족사회를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는 속죄와 구원의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희년정신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오력해야 하는 우리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절대적인 이념과 봉건적 체제의 노예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북한 형제들에게 인격적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참된 구원과 해방의 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이를 위해 기꺼이 속죄와 희생의 제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2천년 대희년의 은총은 조건부가 아닌 일방적 시혜 행위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민족적 화해와 일치의 길은 희년 정신을 따르는 초월적이고 무조건적인 희생과 구원의 길, 새 창조의 길이어야 할 것입니다.
2천년 대희년은 한국교회에 본격적인 통일시대 개막을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통일시대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또한 우리의 반쪽인 북녘 형제들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일으켜 주체로 세우고 함께 통일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통일 민족사회에서의 교회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현재 북녘 형제들이 겪는 굶주림의 실상은 참혹안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그 동안 「국수나누기 운동」과 「옥수수 보내기 운동」등 여러 방식을 통해 북녘 동포를 돕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과 IMF 사태 등을 겪으면서 초기의 열기가 식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회가 추진해온 민족화해운동에 대한 평가와 함께, 북녘 동포들과의 나눔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인지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오신 변교수님께서 의견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변진흥 교수=그간 서울대교구가 중심이 되어 펼쳐온 민족화해운동은 문자 그대로 생명운동이라고 밝히고 싶습니다. 북한형제들을 살리는 생명운동이었을 뿐 아니라 분단의 질곡에서 맹목적 불신과 증오의 불길 속에 질식되어 가던 우리 자신을 살려내는 생명운동이었기 때문입니다.
북돕기는 생명의 수혈운동
성과에 앞서 민족사 안에서 이 운동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반성적으로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그 의미는 한국교회가 분단현실 속에서 구원을 선포하는 「화해의 성사」로 뚜렷이 자리매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그간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펼쳐온 북녘동포돕기 운동의 결실로 북한에 지원된 물품은 60여억원에 이르고 여타 교구나 수도단체들의 경우까지 합치면 상당액에 이릅니다. 이러한 우리교회의 대북 지원노력은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으며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북녘 동포와의 나눔운동을 뒷받침하는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고 봅니다.
오늘날 북한의 현실은 너무나 참혹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나눔운동」이라는 용어도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나눔운동」이 아니라 「생명의 수형운동」인 것입니다. 이것 저것 따지기 전에 우선 살려놓고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정의요 은총일 것입니다.
사회자-오늘 저희들이 다룬 주제들은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한 문제 제기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워낙 주제가 방대한 것이기 때문에 오늘 나누 몇 마디 말로써는 중요한 내용들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가톨릭신문사」에서는 이 좌담회를 시작으로 오늘의 주제들을 더 한층 심도있게 분석할 기획시리즈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진했던 부분들은 그때 보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오늘의 좌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진지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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