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우리 손녀!”
안경 쓴 꼬마가 부리나케 달려와 할머니 목을 잡고 감싸 안는다. 할머니가 손녀딸 같은 꼬마의 손을 잡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진짜’ 할머니와 손녀딸 같은 이 관계가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의 만남이라는 것을 안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9일, 서울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사)서울시니어아카데미(이사장 염수정 주교) ‘1·3세대 통합을 위한 문화나눔 실천프로그램’. 1세대인 서울시니어아카데미 어르신들과 보라매청소년수련관 방과후학교의 3세대 어린이들이 만남의 장을 연 것이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향수가 젖어있는 ‘전통놀이 한마당’이다. 서울시 사회복지기금(노인복지계정)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이 행사에서는 윷놀이, 딱지치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옷고름매기, 투호, 배치기, 고무신 차기, 팔씨름, 닭싸움 한 판이 벌어졌다.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어린이들은 처음 해보는 전통놀이에 신이 나고,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신나게 몸을 움직여본다며 함박웃음이다.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고 서로 배치기를 하자 어르신이 일부러 장난스럽게 나동그라진다. 어린이가 ‘이겼다’고 외치며 팔짝팔짝 뛴다.
고무신 차기에서는 어르신들이 더 신이 났다. 오래 전 추억을 한껏 만끽하며 스스로 시범을 보여주며 예전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의 날랜 몸놀림에 박수를 보낸다.
백인기(소화데레사·62)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솔직함과 순수함, 구김 없이 사는 것”이라며 “어린이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과 같이 한결 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쉽게 만나지 못했던 어르신들과 어린이 사이의 편견도 깨졌다. 어린이는 게임만 좋아하고 버릇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편견, 어르신들은 무조건 재미없고 엄하다고만 느꼈던 편견들도 ‘만남’을 통해 모두 사라졌다.
서먹했던 사이도 잠시, 사랑받고 싶어 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어르신들은 금세 깨닫고 어루만져준다. 함께 엉기고 성기며, 그렇게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은 놀이로써 ‘하나’가 됐다.
행사에 참여한 최유리(13)양은 “어르신들은 딱딱하고 안 놀아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말 재미있다”며 “시골에 계신 친할머니가 자꾸 생각나 앞으로는 전화도 자주 드리고 잘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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