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의 미래인 젊은이 100명(도보순례단 80명, 스태프 20명)이 참가한 교구 ‘제10기 청년도보성지순례’가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시편 130)’를 주제로 9일부터 은이·미리내·어농·배론·양근 성지와 풍수원·도척성당 등으로 이어지는 8박9일 일정으로 열렸다.
순례에 앞서 9일 오후 7시 용인대리구좌 양지성당에서 거행된 발대미사에서 용인대리구장 김학렬 신부는 “박해의 고통 속에서도 신앙의 자유를 위해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기꺼이 목숨을 바쳐 하느님을 증거한 선조들의 발자취를 고행과 함께 걸음으로써 그 순교신심을 본받아 오늘에 되살릴 것”을 청년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김 신부는 “아흐레 동안 ‘구도의 여정’ 속에서 성인들과의 통공으로써 영육간의 건강을 보전할 수 있기를 간구하자”며, 또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리고 보편적인 사랑을 배우며, 나아가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자”고 전했다.
발대미사 후 참가자들은 양지성당에서 은이성지까지 열 명씩 8개 조로 편성돼 일렬종대로 3km를 한 시간 가까이 걸었다. 안성본당 도승현(베드로·26)씨는 “인생 그 자체가 순례의 길이지만, 각 대리구와 본당의 청년들이 함께하는 이번 순례를 흥분과 기대 속에 기다려왔다”며 “열흘 가까이 순교자들 피와 땀이 배어있는 길을 걸으며 기도와 친교 속에 한층 성숙한 신앙인 되겠다”고 밝혔다.
둘째 날인 10일 오전 은이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한 참가자들은 신·망·애 삼덕고개를 넘어 미리내성지와 고초골을 거쳐 어농성지에 도착했다. 발바닥에 물집이 터지는 등 고단한 몸으로 두 번째 밤을 곤히 지낸 참가자들은 셋째 날인 11일에도 고된 몸을 이끌고 순례에 나섰다. 반월성성당과 장호원, 감곡을 거쳐 충주시 앙성성당에 이르는 도보행렬은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가 무수히 걸었을 ‘청미천’ 개울가의 오솔길을 따라, 때로는 국도변을 따라 묵주기도와 화살기도 등을 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도보 5km마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에는, 누운 채로 두 다리를 들어 올려 스트레칭하거나 양말을 벗어 물집을 살펴보고 약을 바르고 물을 들이켜는 등 갖가지 모습이었다.
감곡IC 부근에서 잠시 휴식 중이던 대원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스태프의 일원인 의왕본당 박영지(스콜라스티카·26)씨는 “참가자 전원이 안전하게 순례를 마무리하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년 전 제8기 청년도보성지순례를 체험하고 이번엔 순례단의 스태프로서 운영 팀을 총괄하는 임선희(마리아·31)씨는 “차질 없는 일정 진행을 위해 전반적인 행사의 운영 상태와 의료진 상태를 관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남동본당 박정민(베네딕토·28)씨는 “도보성지순례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모란에서 죽전에 이르는 산책길에서 걷기 연습을 익힌 덕분에 특별한 육체적 고통은 느끼지 않는다”며 “하루에 40km 가까이 걸으며 묵주기도 100단씩 봉헌할 수 있어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뿌듯함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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