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가톨릭대학생연합회 소속 학생 12명과 지도 신부, 그리고 서울 가톨릭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필리핀 유학생 3명이다.
생태농활을 시작한 지 11년째 되는 올해, 흙과 생명을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학생들 그리고 농민들의 생명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서울가톨릭대학생연합회와 홍콩가톨릭대학생연합회 학생들이 경북 의성군 안사면 쌍호마을에서 생태농활에 참여하고 있다.
▲ 서울가톨릭대학생연합회 최한별(루시아·단국대) 학생이 경북 상주시 화동면 한울분회에서 포도를 가꾸고 있다.
홍콩에서 온 사비어(Xivier·27)군은 들판의 곡식을 손으로 만져본 것이 처음이다. 뿌리로 물을 마시고, 얼굴로 햇볕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곡식의 낟알을 보며 감격했다. 논에 들어가 피를 뽑으며, 인간 역시 자연 속의 일부라는 것을 절절히 체험했다. 시몬(simone·21)양도 농촌 체험이 처음이다.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생태농활에 참여하면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땅을 밟으며, 세상을 돌보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 쌍호마을을 찾은 페니(Fanny·22)양은 고된 일을 마치고 음식을 먹을 때 특히 행복하다고 했다. 씨앗이 땅에 뿌려져 싹이 나고 하늘과 인간의 손길로 자라나는 신비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란다.
최근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펴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버린 홍콩의 정책에 반대하며 포럼, 세미나 등을 통해 ‘생명’에 대해 고민해오던 홍콩가톨릭대학생연합회는 2000년부터 생태농활을 이어 온 서가대연의 생태농활에 참여해 생명을 체험해보고, 한국의 재개발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도신부를 포함해 총 13명의 홍콩방문단은 서가대연의 이번 생태농활에 참여해 생애 최초 농촌체험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흙과 곡식이 처음인 홍콩가톨릭대학생연합회 학생들이 있어 더욱 특별했던 서가대연의 이번 생태농활은 단순한 농촌봉사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마을 주민의 집에 1박2일간 머무르며, 그들 삶의 일부가 돼 보는 시간을 가졌던 ‘머무르기’나, 마을 어르신들의 피로를 풀기 위해 낮잠 시간을 반납하고 준비한 ‘안마시간’, 서울의 무료 미용 봉사단을 초대해 마련한 ‘미용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찾아오는 젊은이들은 계속 바뀌지만 마을 주민은 10년째 그대로 정체돼 있는 농촌 현실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았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젊은이들은 소멸해가는 세대가 지키고 있는 생명을 더 많은 이와 나누기 위해 이곳에서 배운 생명의 가르침을 도시에서도 실천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했다. 왜 샴푸를 쓰지 말아야 하는지, 왜 조미료를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며 불편하지만 생명지향적인 약속들을 만들었다. 음식 남기지 않기, 어른보고 인사하기, 개인행동 하지 않기 등 가장 기본적인 약속들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생명’을 지키고 배우기 위해 홍콩에서 찾아온 12명의 학생들과 필리핀 유학생 3명, 총 28개 대학 200여 명의 한국 가톨릭 대학생은 10박11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농민들과 함께 생명의 시간을 살았다. 살갗이 까맣게 타고, 벌레에 물려 온몸이 가려워도 즐거웠다. 그 불편함 속에 자연의 질서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9일 안동교구 농은수련원에서 해단식을 마친 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각자의 마음속에 생명을 가득 품은 듯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는 그 버스 안에 생명의 숨소리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