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 수도자 공동체의 삶터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서울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이호자 수녀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걸려낸 이야기들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한발 한발 걸어가는 수도자의 따뜻한 마음들을 담고 있다.
영화관람의 꿈이 사라져 풀이 죽은 아이들 앞에서 신나세 춤을 추는가 하면 농아들과 첫 수업 중 시작기도를 바치며 눈을 감으라고 해놓고 기도를 마친 후 눈을 뜨라는 말을 듣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했던 일 등 근엄하기만한 수도자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집 아주머니가 털어놓는 듯한 이 수녀의 실수담은 수도자의 삶에 보다 가깝게 다가서게 한다.
월간 「생활성서」에 「괴짜수녀 일기」와 「돌아온 괴짜수녀」라는 칼럼으로 실렸던 글들을 묶은 이 책은 지은이 이호자 수녀의 솔직하고 긍정적인 시선, 한바탕 웃고 나면 진한 감동의 눈물이 가슴에 고여오는 또다른 세상의 웃음을 읽는 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보물로 묻어둔다.
서울 미아3동에 있는 청각장애아 학교인 애화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육사도직에 몸담아왔던 이 수녀는 「하느님의 어릿광대」를 자처하며 「웃음의 미학과 바보 신학」을 안겨주는 것이 자신의 빛깔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이 수녀의 글을 접하는 이들은 그의 이야기가 단순히 한번 웃고 흘려버리는 어릿광대의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청각장애 아돌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수녀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로새겨져 있음을 그 이면에서 읽어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수도생활의 매력도 함께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성서/192쪽/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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