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순간이 중요하다. 밥 한끼 먹을 때도 중요하고, 잠잘 때도 중요하고, 공부할 때도 중요하다. 살아서 숨 쉬는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우리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다. 인생 공부를 제대로 매 순간마다 하지 않으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미 마련해 놓으신 형성적 원리를 성취해 낼 수 없다. 알아야지 실천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순간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그 모범을 프란치스코 성인을 통해 본다. 그 중 하나가 순명이다. 프란치스코는 늘 매 순간의 삶을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았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 하느님께서 은총을 통해 보여주신 것,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는 것을 위해 절대 순명하며 살았다. 이러한 순명의 삶이야말로 프란치스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덕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또 다른 모범을 꼽으라면 기도 생활을 들 수 있다. 사실 청년기의 프란치스코는 기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늘 방탕하게 살았고, 세속적 행복에만 매달려 살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기도하는 사람으로 돌변한다.
첫 번째 계기는 중병을 앓았을 때였다. 사람은 아프고 고통 받으면 모두 어린아이가 된다. 하느님께 매달린다. 어쩔 수 없이 매달린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 프란치스코도 그랬다. 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기도생활은 이처럼 시작이 중요하다. 일단 시작해야 하느님의 뜻을 파악할 수 있는, 더 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이다. 프란치스코는 그러나 단순히 ‘시작’의 수준에 머문 것이 아니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때도 계기가 있었다.
기도생활을 시작하고 또 열심히 기도를 하다보면 내적이든 외적이든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하느님의 섭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차원 높은 관상으로 가는 체험들이다.
프란치스코의 기도는 관상의 단계로 넘어간다. 이제는 철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다.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에게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프란치스코야, 가서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 세워라.” 이 음성이 프란치스코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앞에서 이미 보았다.
프란치스코의 기도생활의 경지는 점점 더 깊어만 갔다. 27세의 청년이 마태오 복음을 묵상한다. 예수님이 12사도를 파견하는 대목이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마태 10,8-9)
이 말씀은 평생동안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다녔다. 게다가 성경을 단순히 읽고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성경 말씀을 완벽하게 삶으로 실천해 낸다.
성경 말씀에 대한 관상에서 더 넘어가자 하느님은 이제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오상의 은총을 베푸신다. 오상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생긴 두 손과 두 발의 상처와, 창에 찔린 옆구리의 상처(요한 19,34)를 말한다. 프란치스코에게도 똑같은 상처가 생겼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예수님께서 당하신 똑같은 고통을 겪은 것이다. 이는 성인이 예수님과 완벽하게 일치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완벽한 기도는 이렇게 그리스도와의 완벽한 일치로 이어진다.
이러한 일치는 선종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죽음을 앞두고 “땅에 뉘어 달라”고 했다. 땅의 품에, 자연의 품에 안기겠다는 참으로 낮은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세계 형성의 관점에서는 예수님 다음 가는 존재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부와 권력의 유혹에 빠져 들어가고 있던 교회를 청빈과 단숨함, 순명, 기도의 완성을 통해 다시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교회의 초월적 변화를 이끌었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켰다.
위대한 성인의 삶을 짧은 지면에 옮긴다는 것 자체가 송구스럽다. 그만큼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은 위대하다. 그는 지상에서 살았지만, 가장 완벽하게 천상의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신 분이다. 이 짧은 내용이나마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단 한 사람의 영혼에게라도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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