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별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강론 때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도 없고, 본당 단체를 잘 이끄는 탁월한 지도력도 없고, 개인적으로도 가지고 있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본당은 활력있게 움직이고, 신자들 역시 스스로가 알아서 뭐든 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본당 신부님은 ‘신자들이 알아서 하는가 보다’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미사가 끝난 후 무척이나 정중한 목소리로 본당 신자들에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저는 별로 재주가 없고, 살면서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잘 해드린 것도 없습니다. 본당 사제로 살면서 늘 죄송스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러분들이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도, 해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그러자 교우들이 신부님에게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아니, 우리 신부님이 능력이 없다니요! 신부님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계신 걸요. 특히 우리에 감동을 주는 것은, 신부님은 늘 저희들의 이야기를 그 어떤 평가 없이 잘 들어 주신다는 겁니다. 저희들이 겪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이야기조차 신부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어주셨어요.”
사실 그 신부님은 자신이 그다지 뛰어난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교우들이 있는 곳이면 그냥 곁으로 조용히 다가가서, 아무 말 없이 함께 웃어주고 때로는 울어주면서, 묵묵히 들어주었던 것입니다.
말주변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감동 주는 말은 잘할 줄 몰라, 그냥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 해왔던 것입니다.
문득 이런 묵상을 해 보게 됩니다. ‘나는 왜 능력이 없을까!’하며, 은연중에 타인을 부러워하다 못해, 시기 질투하며 사는 우리 삶.
그건 어쩌면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럴 것입니다.
하느님은 내게 타인의 말을 잘 듣는 능력을 주셨는데도, 나는 말을 잘하는 능력을 갖고 싶어 한다면, 안타까운 삶이지 싶습니다.
정작,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달란트를 모르고 살아 왔다면, 다시 기도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성 생활은 지금이 가장 하느님 닮기 좋은 순간임을 아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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