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유수일 주교는 “마음을 다해 교구 사제와 수도자, 교구민을 섬기겠다”고 다짐하며 “교구민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한 형제자매로 똑같이 사랑하겠다”고 전했다.
매일 아침 한 시간 남짓 산책을 하며 깊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는 유 주교의 이 짧은 한마디 말에는 오랜 성직 수도자로서의 삶으로 다져진 영성과 겸손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유 주교를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그의 친근함과 넓은 아량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했다. 누구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유 주교의 성품은 청년사목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리는 군종교구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 주교가 임명 후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 내내 강조한 것도 ‘사랑’이었다. 그는 군대라는 계급사회에 속해 살아가는 교구민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똑같이 대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군대는 아무래도 계급사회일 수밖에 없겠죠. 몇 년 전 우연히 한 군종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는데, 그때 교회 안에서도 계급이 존재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계급사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저는 대장부터 신병까지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유 주교는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주신 소명이라고 말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는 하느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예전 본당 사목 시절, 세례성사를 집전하면서 제 스스로 신앙이 더욱 깊어짐을 느꼈습니다. 군종교구장로 임명돼 세례와 견진성사의 순간에 느끼는 기쁨을 다시 맛 볼 수 있게 돼 좋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영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미 가톨릭을 믿고 있는 장병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영성교육입니다.”
유 주교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교구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상의해서 가톨릭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교육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 번 마음먹으면 꼭 실천하는 평소의 생활태도가 그의 말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유 주교가 군종교구장으로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군종사제들과의 깊은 친교다.
유 주교는 고등학생 시절 천주교와의 짧은 인연을 시작으로 주교가 되기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의 과정 안에서 그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체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군종교구장 임명 소식을 듣곤, 미사의 성스러움과 성당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대전교구 대흥동본당 주임 고 오기선 신부와 보좌였던 두봉 주교의 강론을 들으며 받았던 깊은 감동을 떠올렸다고. 그때의 감동은 군종사제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결심으로 그의 마음을 채웠다.
“본당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군종교구의 특성상 군종사제와 수도자들이 사목의 90%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10% 정도가 제 몫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교구 사제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 주교는 복음 전파에 앞서 사제와 수도자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신자들에게도 교리를 전파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제와 수도자들의 말과 행동도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합니다. 주님을 닮은 삶을 살아가는 것도 또한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님을 알리는 간접적인 선교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열심히 교리를 가르치고 지속적인 신앙교육을 위해 애쓸 것입니다.
유 주교가 선택한 사목모토 ‘끊임없이 기도하라’(1테살 5, 17)는 인터뷰 중 언급한 모든 내용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끊임없이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며 사랑을 실천하는 주교가 되겠습니다. 마음을 다해 군종사제와 수도자, 교구민들을 섬기겠습니다.”
▲ 유 주교(맨 왼쪽)가 작은형제회 총본부 총평의원 시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작은형제회 총본부 행정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관구 연피정에서 형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유 주교(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유수일 주교 약력
▲ 1945년 3월 23일 충청남도 논산 출생
▲ 1964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 1969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 1973년 작은형제회 입회
▲ 1979년 서울 대신학교 졸업
▲ 1980년 2월 25일 사제수품
▲ 1980년 수원교구 세류동본당 보좌신부
▲ 1980년~1982년 마산교구 칠암동본당 주임신부
▲ 1982년~1985년 작은형제회 한국 준관구장, 명도원(외국인을 위한 어학원) 원장
▲ 1985년~1988년 수도자 신학원 원장
▲ 1988년~1990년 미국 뉴욕 성 보나벤투라 대학교 영성신학 석사
▲ 1991년~1997년 작은형제회 한국 관구장
▲ 1993년~1995년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 1997년~2003년 작은형제회 본부 총평의원
▲ 1999년~2001년 작은형제회 동아시아협의회 회장
▲ 2003년~2006년 전주 재속 프란치스코회 영적보조자
▲ 2006년~2010년 정동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수호자
▲ 2010년 현재 서울 청원소 부수호자
▲ 2010년 7월 16일 한국 군종교구장 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