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들르는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듯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입구에서 만나는 고풍스런 붉은 벽돌과 시계탑, 눈길을 사로잡는 대형 예수성심상만이 전부일까?
명동성당은 교회사와 한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역사·사회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예술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문화공간이다. 웅장한 고딕양식의 사적지인 성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제대쪽 전면에서부터 각종 회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모두 장발과 문학진, 조영동, 김태, 황창배 등 한국 교회미술사를 이끌어온 거장들이 남긴 작품들이다.
특히 명동성당 제대 뒷면은 ‘열네 사도 초상화’로 장식돼 있다. 이 제단벽화는 지난 1926년 우석 장발(루도비코·1901~2001) 화백이 완성한 작품이다. 열두 사도에 사도 바오로와 그의 동행자 바르나바를 포함해 총 14명이 등장한다.
국내 서양화단의 선구자이자 한국 성화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 화백은 20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 김대건 신부를 그린 바 있다. 이후 25세가 되던 해 로마에서 열린 순교자 79위 시복식에 참석한 후 돌아와 곧바로 열네 사도 초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외국교회에서는 성전 제단화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한국 성당에 대형 제단화가 그려진 것은 열네 사도 초상화가 처음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한국 미술사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열네 사도 초상화는 물감에 기름을 풀어 그린 유채화로 인물들의 표정과 상징물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 복원 작업도 마쳐 작품은 더욱 선명하고 또렷한 색상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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