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마태 20,3-7】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이 비유의 뜻은?
“그러니까 이 비유의 뜻은 무엇이며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입니까?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야 믿음에 든 사람들을 더욱 열심히 정진하게 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자신이 적게 가졌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이 노인들이 받은 것을 보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들이 불평하고 시샘하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크나큰 영예를 누리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식의 표현을 자주 합니다. ‘내가 자네를 이렇게 큰 영예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긴다고 남들이 흉보던 걸.’ 나에게 누가 뭐라고 한 적도 없고 어떤 사람을 흉볼 생각도 없지만, 상대방에게 그가 얼마나 큰 선물을 받는지 알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식의 말을 하곤 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마태오 복음 강해』 64,3).
밭 임자는 왜 일꾼들을 한 번에 사지 않았을까?
“그런데 밭 임자는 왜 사람들을 한 번에 다 사지 않았을까요? 그로서는 모두를 한꺼번에 샀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처음부터 그 말에 귀 기울인 것이 아니면, 불린 사람들이 언제 그 말을 따랐느냐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른 아침에 불리고, 어떤 이들은 아홉 시에, 어떤 이들은 열두 시에, 어떤 이들은 오후 세 시에, 또 어떤 이들은 오후 다섯 시에 불리는 것입니다.
순종할 태세가 되었을 때에 불린 바오로도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시어 부르신 하느님께서 기꺼이 마음을 정하시어’(갈라 1,16)라며 비슷한 말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기꺼이 마음을 정하신 것이 언제입니까? 바오로가 순종할 태세가 되었을 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처음부터 그것을 원하셨지만, 바오로가 그 뜻을 따르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바오로가 순종할 태세가 되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마음을 정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도둑을 부르신 것도 이와 같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더 일찍이 그를 부르실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도둑이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루카 23,40-43 참조). 바오로도 처음에는 순종하지 않으려 했는데, 도둑이 순종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비유의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에 너무 골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이 말을 하는 것은 밭 임자가 아니라 일꾼들입니다. 밭 임자는 그들의 말에 뭐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데려가기 위해서지요. 사실 밭 임자는 처음부터 그들 모두를 불렀던 것입니다.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라는 설명이 이것을 말해 줍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마태오 복음 강해』 64,3).
먼저 온 일꾼들이 많이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이 [일꾼들] 가운데에서 맨 먼저 온 사람들이 맨 나중에 온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고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악마의 광적인 행위에 더 오래 사로잡혀 있었다는 (죄와 죽음과 부패가 아직 정복되지 않았으므로) 점에서 그렇습니다. 공평하게 따져본다면, 먼저 온 일꾼들은 죽음과 악마가 지배하는 시대에 더 오래 살았으므로 그들이 더 많이 받아야 할 듯합니다. 그들은 인간이 의롭게 되도록 도와 줄 성령의 이슬방울조차 없을 때에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했으니까요”(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마태오 복음 단편』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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