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때 아닌 ‘고향의 봄’과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벨기에 왕립 소년 합창단 ‘칸타테 도미노(Cantate Domino Boys’ Choir)’. 파란 눈의 소년들이 한국 팬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선물이었다. 어설프지만 열심히 한국말로 두 곡을 부르는 합창단원들의 모습에 성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도 함께 부르며 하나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천상을 닮은 천사들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칸타테 도미노가 9일부터 약 일주일 간 한국 청중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2005년 첫 내한 공연 이후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명실공히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합창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합창단의 한국 사랑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룩 반루이 주교의 제안으로 마련한 앙코르곡을 한국 곡으로 선택했다. 어려운 한국말이지만, 노래를 듣고 즐거워할 청중들을 생각하며 매일같이 연습했다. 약 9,000km나 떨어진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합창단이 얼마나 한국이라는 나라를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역시 그들의 무대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대는 모차르트와 헨델, 하이든, 비발디의 합창곡 등으로 꾸며졌다. 소년 합창단임에도 불구하고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 베이스로 구성돼 폭넓은 음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 청중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전했다.
합창단이 전하는 감동은 단순히 노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9일 분당 요한성당에서의 공식 공연 전날에는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자선공연을 열기도 했다. 환우와 보호자, 병원직원 등 3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하느님 사랑을 실천한 장이었다.
지휘자 데이빗 드 게이스트는 “매번 공연할 때마다 한국 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저와 단원들이 더 설렌다”면서 “저희가 어설프게나마 한국말로 부른 곡을 함께 부르고 기뻐해주는 분들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주님을 찬양하라’는 뜻의 칸타테 도미노는 1960년 미하엘 헤이스 신부에 의해 창단됐다. 성 마틴 음악학교 정규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은 전문합창단이 아닌 학교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창단 이래 벨기에 국내와 국외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유럽의 문화대사로 임명됐다. 올해 벨기에 왕립 소년 합창단으로 인준받은 합창단은 매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벨기에 국왕 알베르토 2세에게 초대받아 공연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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