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물가, 참 뻔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비슷한 계곡, 비슷한 바다에서 잠시 머물렀었다. 순간의 더위를 식히는 여행이었다. 여행 후 남는 것은 검게 그을린 피부와 사진 정도. 더는 없었다. 마음과 머리에 남는 여행을 계획하고 싶었다.
면적 10,780.77㎢ 안동교구 넓은 땅 안에는 유명 해수욕장·계곡이 참 많다. 해수욕장, 계곡, 산 등을 하나씩 넘기며 고민했다. 며칠 후, 지도에서 문득 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河)’자가 눈에 띈 것. ‘강가도 괜찮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뒤에 한 글자가 더 들어온다. 회(回). 하회. ‘아, 하회마을’하고 넘어가려는데 생각이 이어진다. 강이 있으니 여름 기획이라는 타이틀에도 어울리고, 강가 모래밭 유실 가능성으로 4대강 사업의 영향 지역에 속하니 올여름에 돌아볼 필요도 있고, 무엇보다 ‘안동교구’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농민의 교구, 전통이 살아있는 교구.
결정했다. 하회마을로 가자.
하회마을
하회마을 입구. 논을 가득 채운 녹색 물결이 눈길을 끈다. 아스팔트만 보던 두 눈에 넘실거리는 생명의 색을 가득 담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이 온몸에 퍼진다. 마트에 진열된 쌀만 보다가 오랜만에 논을 접하니 감회도 새롭다. 최근에 벼를 본 게 언제였던가 생각을 하다가 ‘쌀나무에서 쌀이 열리는 줄 안다’는 도시 아이들로 생각이 옮겨간다.
▲ 하회마을의 골목길. 낮은 담장을 넘어 옆집의 말소리·음식냄새 등이 전해진다. 담은 ‘단절’이 아니라 ‘소통’의 일부가 된다.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손꼽혔다는 마을. 지금도 125가구, 23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여타 민속촌과 하회마을의 가장 큰 차이다. 사람이 머물지 않고 흉내만 낸 ‘껍데기’ 마을이 아니라 수백년간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기와집 162채, 초가 211채 등 400여 동의 고가(古家)도, 마을을 둘러싼 자연도 그대로 남아있다.
갑자기 쏟아진 비도 피하고 점심도 해결할 겸 ‘민박·식사’라 적힌 근처 초가집으로 찾아 들어갔다. 인기척에 밖으로 나오신 할머니는 홀딱 젖은 내 꼴에 수건부터 쥐어 주시며 이것저것 얘기를 건네신다. ‘영감은 옆집 간다더니 밥 때가 되어도 오지 않는다’는 푸념과 ‘비가 한참은 올 것 같은데 ‘테레비’나 보면서 쉬었다 가라’는 권유까지. 돈벌이로 관광객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찾은 ‘손님’으로 대접하는 ‘인심’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강가로 향했다. 마을을 ‘S자’모양으로 감싸 안고 흐르는 이 낙동강에서 하회(河回)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
강을 건너야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용대에 갈 수 있다. 마을 전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부용대에 가야했고, 그러려면 마을에서 강 건너 모래밭까지 운행하는 나룻배를 타야했다.
하지만 비 때문에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배 운행을 하지 않는다 했다.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 일정, 갑작스레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웠다. 부용대로 올라갈 방법을 찾아 마을을 헤매고 다녔다. ‘육지로 돌아서 부용대로 가는 길이 있지만 비가 오면 산길이 미끄러우니 위험하다’는 염려를 들을 때만 해도 한 귀로 흘렸다. 예정대로 사진을 찍어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비를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있냐’는 마을 어르신 말씀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열매가 잘 익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는 삶. 그 당연한 생각의 방식을 나는 왜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자연에 대한 순응. 마을 사람들과 내 생각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도시 삶과 이곳 생명 터전간의 거리를 좁히는 첫 걸음임을 깨닫는다. 자라는 곡식과 함께 비를 맞고, 모든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곳, 이 모습이 우리가 떠나온 고향, 우리 원래의 모습이었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 매주 수·토·일 오후 2~3시에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승관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선생 형제가 자란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 전체가 국가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보·보물·중요무형문화재 등까지 총 21점의 문화재가 마을을 채우고 있다. 마을 다수의 집에서 제공하는 민박에서 시골집의 정취를 듬뿍 느끼며 묵을 수 있고, 안동의 별미인 찜닭·헛제삿밥·간고등어·안동 식혜 등도 맛볼 수 있다. 하회마을 홈페이지(http://www.hahoe.or.kr)에서 민박 정보 및 추천 관광코스, 마을 체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 안동교구 관광명소
▲ 문경시
문경시에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어 맞춤 코스 관광이 가능하다. 우선 문경새재. 한강과 낙동강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예전에는 경제의 유통과 국방의 요충지였지만 현재는 각종 유적과 자연유산의 보고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또한 대왕세종·연개소문·태조왕건 등의 촬영지와 20여 년 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를 관광 자원으로 변모시킨 철로 자전거, 클레이 사격장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문의 054-552-3210, http://tour.gbmg.go.kr 문경시청
▲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경북 영덕군 병곡면 6개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장장 20리에 걸쳐 펼쳐지는 해수욕장이다. 고려 말 목은 이색 선생이 상대산에 올랐다가 고래가 뛰어노는 것을 보고 ‘고래불’이라 명명하였다고 전하며, 국토해양부가 올해 전국 주요 해수욕장 수질을 조사한 결과 경북 동해안 내에서 최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 문의 054-730-6114
▲ 부석사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에 있는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화엄종찰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5점, 보물4점, 도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우리나라 10대 사찰 중 하나.
※ 문의 054-633-3464, http://www.pusoksa.org 부석사
▲ 경천대
경북 상주시 사벌면 삼덕리 산12-3번지. 낙동강 1300여 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다워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리는 곳이다. 경천대 경치뿐만 아니라 천주봉, 기암절벽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울창한 노송숲과 전망대, 조선 인조15년(1637) 당대의 석학 우담 채득기 선생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무우정과 경천대비, 임란의 명장 정기룡 장군의 용마전설과 말먹이통 등 많은 명승지와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 문의 054-536-7040 경천대 관리사무소, http://gyeongcheondae.s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