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에서 볼 수 있는 희년의 「법개념」은 지금까지의 모든 빛을 탕감해 주며, 전에 매매되었던 땅을 원레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와 매우 유사한 절차를 기원전 3천년기에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원전 2천년기에는 시리아에서도 볼 수 있다. 왕이 「사면법」을 반포하여 모든 빚을 탕감 혹은 용서하게 했던 것이다.
기원전 3천년기에 시작된 이와 같은 「사면 절차」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신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에 이르기까지(기원전 500년경까지) 실천되었다. 대부분의 왕들이 이에 대해 일반적인 언급을 하고 있는데 반해, 옛 바빌로니아 문헌(2000~1600년)에서는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팔레스티나 주변 세계의 문헌들은 「빚의 탕감」, 「부동산 매매의 취소」, 「빚으로 인해 노예가 된 사람들의 해방」을 골자로 다루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경우, 국민들은 크게 둘로 분류된다. 하나는 성전과 궁전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았던 일반 서민들의 그룹이다.
정치와 행정에 관련된 일에는 농사를 짓는 일, 성벽에 쌓거나 보수하는 일, 행정적인 일, 예술품을 만드는 일 등으로 종류가 다양했으며, 이 일을 맡은 사람들이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도시들 한 가운데에 큰 창고들을 지어 농민들이 생산한 농작물을 모아들였다. 성전과 궁전에 직속된 땅에서 난 소출은 물론, 농촌 사람들이 세금으로 바친 곡물이 수집되었다. 여기에는 창고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이 식량을 지키며 성전과 왕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지급하는 것인 통례였다.
그러나 시골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땅을 일구어 먹고 살았다. 이렇게 이런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훤히 알고 있었고, 땅은 일반적으로 공동소유였다.
기원전 1600년에 바빌로니아가 힛타이트 족의 침입으로 멸망한 뒤 위에서 말한 두 그룹 사이의 관계가 혼선을 빚게 되었고,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디었다. 부자에 속하는 이들은 땅을 많이 소유하고 있던 관료들과 사제들이었거나 원래 다른 사람들의 소유였던 땅을 사들일 재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원래 성전과 궁전에 속하던 땅이 사유화가 되기 시작하였다. 기원전 2천년대기에는 벌써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소유했던 땅을 잃게됨으로써 더욱 더 가나나하게 되었고, 몇몇 지주들과 관료들이 대부분의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증명하는 문헌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이 문헌들에 따르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과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개 거의 같은 인물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령 일종의 은행으로 생각되는 라르사의 발무남헤는 종들과 부동산을 사들여 이를 세 줌으로써 재산을 엄청나게 불려갔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더 가난하게 되었고 조상 대대로 가지고 있던 땅을 더 이상 소유할 수 없었다.
당시의 권력자들은 이와 같은 사회, 경제적인 상황을 도외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사면법을 내려 이전에 성사된 모든 계약 관꼐를 파기하도록 명령하였다. 사들인 땅은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빚 때문에 종이 된 사람은 자유인이 되게 하였다. 이 책령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와 같은 칙령은 일반적으로 왕위 즉위식 때 선포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기원전 1800~1750년대(함무라비)에 와서는 비슷한 칙령이 잦아졌다. 땅을 사서 이를 세 주는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계속 교묘하게 수를 써서 부동산을 더욱 증식시키고자 했으나, 그럴수록 왕들 역시 더욱 상세하고 명확한 칙령을 통해 이를 근절하고자 했다.
처음 얼마 동안 왕들의 칙령은 제 기능을 발휘하는 듯 했지만 결국 승리하는 것은 대지주들이었다. 「사면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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