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황하의 신인 하백(河伯)이 처음으로 바다에 나와 동해를 바라보며 북해의 신인 약(若)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것이 황하인줄 알았는데 지금 바다를 보니 더 넓은 것이 있는 것을 깨달았소』. 그러자 북해의 신인 약(若)은 『우물 안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늘 좁은 장소에 살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 겨울의 일들을 말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여름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거나 식견이 좁은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잇는 것이 절대적이라 빋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은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의 모습으로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음서 여러 곳에서 제자들의 몰이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자들이 자주 예수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도 이런 점이 잘 나타나고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하시면서 ”네가 있는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토마스가 ”주님 저희는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하고 말한다. 그것은 몰이해와 불신의 말이다. 그러자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하시면서 『너희는 이미 아버지를 뵈었다』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이번에는 필립보가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필핍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단 말이냐? 나를 보았으면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니 무슨 말이냐』라고 꾸짖으신다. 가장 가까이 있는 제자들의 몰이해에 예수님은 무척 마음이 아프고 상심하셨을 것이다. 사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를 못하고 불신하고 오해하는 것이 얼마나 큰성처이고 고통인가.
예수님의 제자들은 늘 예수님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그분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다. 늘 예수님의 설교를 듣고 기적의 현장을 체험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왜 제자들이 예수님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을까? 이 문제는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도 혹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잘못 이해하고 어리석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선 예수님의 말씀을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우리의 삶 속에 종종 발생한다.
자기의 이기적인 생각이나 욕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순수하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예수님을 자신의 욕구 충족에 이용하려는 잘못도 범할 수 있다. 대화에서 어렵다는 것과 진리가 아니다라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가치 판단의 중심이 바로 예수님인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올바른 이해와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진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예수님의 말씀을 인간적인 지혜로만, 자의적으로만 이해하려고 했을 때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없다. 오내ㅑ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영적인 생명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즉 예수님의 말씀은 때로는 단순히 자의적이 아닌 상징적으로, 또한 물질적이 아닌 영적인 차원에서 히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과 믿음 속에서만 예수님 말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믿지 않는다면 알 수도, 느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가장 큰 은총이다. 우리는 성서 말씀을 읽을 때, 우선 믿음 안에서 기도하고 영적인 지혜를 청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예수님의 말씀을 알고 깨달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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