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언니이자, 죽었다가 부활한 라자로의 누이로 성경에 세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예수께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방문했을 때이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므로 마르타는 손님께 대접할 음식 준비로 분주하다. 그러나 마리아는 집안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예수님 발치에 앉아서 귀한 말씀을 듣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보다 못한 마르타가 선생님께 불평한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그러자 주님께서는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참 야속하신 주님의 말씀이시다. 우리가 살면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부수적인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면 성경의 이 구절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다들 중요한 것만 추구하며 살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을 도외시 한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마르타처럼 일상에서 필요한 것을 해내는 그 누군가가 있기에 가정도, 교회도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마르타 같은 사람이 없다면 그들은 그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타 역시 정녕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가정과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주부가 그러하듯이.
마르타가 등장하는 두 번째 사건은 라자로의 부활에서이다. 여기서 성경은 마르타, 마리아, 라자로가 베타니에라는 마을에 살았던 세 남매임을 밝히고 있다. 오빠 라자로가 위독한 상태가 되었다. 다급한 상황을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께 알렸으나 예수님께서는 소식을 듣고도 이틀이나 더 머무셨고, 라자로는 그새 세상을 떴다. 예수님께서 자신들에게 오셨더라면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마르타도 마리아도 생각했다. 속으로 예수님을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죽은지 나흘이나 되어 시체에서 냄새가 나는 라자로를 부활시키셨다. 이 사건은 예수님이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하느님이 보낸 분임을 믿게 한 사건이 되었다.
마르타가 등장한 마지막 사건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발에 비싼 향유를 발라 드렸을 때에 그곳에 마르타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도 마르타는 잔치 준비를 하는 등 시중을 들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경의 기록에 따라 마르타는 성화에서 보통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평범한 여인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벨라스케스의 이 그림은 대표적인 예이다. 마르타는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작은 절구에 무언가를 갈고 있는 듯하다. 혼자만 일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듯 얼굴은 뾰로통한 표정이다. 식탁 위에는 비늘이 반짝거리는 신선한 생선들, 계란, 마늘, 마른 고추, 기름병 같은 것이 놓여있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부엌 저편에는 예수님이 의자에 앉아 있고, 마리아는 발치에 앉아 열심히 말씀을 듣고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풍속화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장면을 그리는 새로운 장르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 그림을 그린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필립페 4세의 궁정화가로 스페인 회화의 전성기를 연 장본인이다. 궁정 화가면서도 성경의 한 장면을 소박한 서민의 모습으로 과장 없이 그려낸 대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당대 최고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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