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 읽기로 영적 보화 쌓아요.’
‘행복한’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겠다. 이른 오전시간 임에도 꼬마 독서광 몇몇은 푹신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열독(熱讀) 중이다. 열대어가 노니는 작은 어항, 책꽂이 사이사이 자리를 잡은 아기자기한 화초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맘 편히 공부하도록 배려한 책상들까지. 여느 북 카페 못잖은 분위기다.
불쾌지수가 최고라는 요즘, 이곳에 들어와 있기만 와도 참 ‘행복’하겠다.
성남대리구 신장본당(주임 정영철 신부) ‘행복한 도서관’의 오전 풍경이다.
도서관은 올 3월 문을 열었다. 책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위해, 부임하는 본당마다 독서 공간을 마련해 왔던 정영철 신부의 의지에 더해 본당 신자인 김종길(바드리시오·94)·신봉희(루피나·89)씨 부부가 수백여 권의 책을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하 교리실이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책장에는 1500여 권의 책이 자리했다. 인문·사회과학 서적부터 소설과 어린이용 동화, 잡지까지 어지간한 책은 모두 구비했다.
신앙서적은 물론이다. 본당 홍보분과(분과장 이나리 리드비나) 신자들은 사서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주말에는 청년들과 교리교사들이 도서관 운영에 힘을 보탰다.
매일(월요일은 휴관) 문을 여는 도서관은 차츰 신자들의 휴식처이자 마음의 양식을 쌓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출 자격을 얻을 수 있는 회원도 170명이 넘었고 월 대출 권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도서관의 매력에 빠진 골수(?) 신자들이 많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을 찾았다가 몇 걸음 품 들이면 잠시 쉬며 책도 보고 대여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예전에 맛보지 못한 기쁨이다. 무엇보다 일반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에서는 접하기 힘든 각종 신앙 관련 서적들을 쉽게 읽고 빌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도서관 만의 장점이다. 본당 지원으로 매달 40권의 새 책이 도서관을 채우니 독서광들의 취향과 눈높이를 따라잡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개관 4개월여.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 책을 빌려주는 곳이라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려는 노력을 꾀하고 있다. 자주 이용하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독서모임 ‘책바(책만 보는 바보)’를 결성할 계획이다. 신심서적이나 교양서적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는 동아리 성격의 책바는 10여 명으로 1기를 구성한 뒤 활동을 지속하며 모임 기수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본당 어린이들을 위한 특강도 마련했다. 이달 7일 배성숙(세라피나)씨 등 홍보분과 신자들이 강사로 나서 ‘저학년을 위한 북아트 특강(월드컵 16강 진출한 나라 조사)’과 ‘그리스 문명전 주제 3학년 이상을 위한 특강’을 갖는다. 모두 책을 가까이 접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행복한 도서관으로 쏠리도록 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특강은 접수가 시작된 당일 바로 마감되는 등 신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본당 홍보분과 신자들과 함께 도서관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안 마오로 수녀는 “도서관이 책만 비치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책 읽기를 통해 공동체가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려 한다”며 “독서모임 책바가 활성화되고 책을 소재로 한 청소년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꾸준히 마련한다면 행복한 도서관이 신자들의 쉼터일 뿐 아니라 영적 보화를 쌓을 수 있는 값진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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