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힘들다. 나이 탓일까. 1~2년 전만해도 해외 오지 취재가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이젠 지친다. 숙소는 이탈리아 진출 수녀원으로, 그나마 다카에서는 깨끗한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화장실이 재래식이다. 40℃가 넘는 폭염. 그런데 에어컨이 없다. 샤워기의 물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선풍기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다. 전기가 30분 간격으로 끊어지는 등 오락가락한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국과의 시차는 3시간.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를 넘겨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 방글라데시에서 여성들은 취업·입학 등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 한국외방선교수녀회가 여성 교육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수녀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현지 청소년들이 환하게 웃으며 수녀들을 맞고 있다.
최선미(요셉피나) 수녀와 함께 버스 터미널로 가서, 디나스풀행 버스에 올랐다. 8시간 30분의 버스 여행이 시작됐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방글라데시까지 오는 데만 12시간이 걸렸는데 또 9시간 가까이 차로 이동해야 한다.
수녀들은 그렇게 먼 곳에 있었다.
중간에 ‘딱 한번’ 버스가 휴게소에 들렀는데, 수녀가 현지 음식을 사 먹지 말라고 했다. 수녀는 처음 한국에서 온 사람은 위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 수녀가 가방에서 샌드위치 2개를 꺼냈다.
“이곳에선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없습니다. 그때 그때 계절에 따라서 나오는 것을 먹습니다.”
요즘이 먹을 것이 궁할 시기라고 했다.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에는 감자와 양파로만 살았다고 했다. 지루한 9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수녀들이 생활하는 디나스풀 지역에 도착했다. 고정란(마리피앗) 수녀, 김면정(노엘) 수녀가 반갑게 맞았다.
겁이 없다. 그리스도인 집단 거주지역이 아닌 무슬림 거주 지역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었다.
“저희는 방글라데시 사람들과 함께 살려고 왔지, 우리들만의 삶을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무슬림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집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수녀원 건립이 시급해 보였다. 이곳에서 최선미 수녀는 어려운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테이블보 및 쿠션, 커튼 등 전통자수를 가르친다. 고정란 수녀는 현지 청소년들에게 영어와 컴퓨터를 교육시키고 있다. 김면정 수녀는 지역 청소년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의 65%가 30대 이하로, 그중 70%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오직 선교를 위해 양성된 사람들입니다. 이런 어려움은 견딜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난한 수도회가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선교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른다.
수녀들이 마련해준 숙소로 향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 손전등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선교지에 와 보니, 제가 참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겸손해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그 겸손해 질 수밖에 없는 선교 이야기들을 취재하게 될 것이다.
숙소로 기자를 안내한 후, 최 수녀가 다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그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왠지 모를 아련함이 밀려왔다.
■ 방글라데시·방글라데시 교회
인도 북동부에 있는 나라. 국토 면적은 한반도 남한의 면적보다는 크고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는 작다. 이 작은 땅에 1억 5000만 명이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65%가 30대 이하로, 그 중 70%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열악한 형편이다. 한국외방선교수녀회가 여성들의 교육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체 국민의 83%가 이슬람교. 힌두교를 믿는 이들은 16%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0.2%에 불과하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대체로 일정 지역에 모여서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당초 4개 교구가 있었으나 1980년대에 6개 교구로 늘어나는 등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교회에 의해 교육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사회에 적극 진출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영향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
■ 세 수녀의 꿈(후원 필요 항목)
▲ 4~5명의 한국 수녀들이 살아갈 수녀원 건물
▲ 교육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기술학교
▲ 초등학생 및 중고등학교 청소년을 위한 학비 및 생활비 (월 5만 원)
▲ 소년소녀 가장 생활비 (월 5만 5000원)
▲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여성의 생활비 (월 5만 5000원)
▲ 장티푸스와 뎅기열 등 수많은 고통들을 맨몸으로 이겨냈다. 세 수녀가 먹고 입고 움직이는 월 생활비는 우리 돈으로 5만 5000원에 불과하다. 왼쪽부터 김 노엘, 최 요셉피나, 고 마리피앗 수녀.
※ 후원문의:051-582-1774 한국외방선교수녀회
▲ 1회 후원을 원할 경우
우리은행: 1005-800-966128 예금주: (재)천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회
▲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을 원할 경우
신한은행 100-020-854625 예금주: (재)천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회